빌리 콜린스의 「겨울 문장론」은 언어 선택의 신중함과 내밀함을 강조한 시다. 시를 쓰는 사람들은 자신이 표현하려는 정서나 이미지를 어떻게 하면 적절한 언어로 표현할 수 있을까, 하고 고민하게 된다. 그런데 처음에 느낀 정서와 부합하는 단어를 찾기란 쉽지 않다. 그래서 ‘문장’을 찾기 위한 고뇌와 고독을 잘 보여주고 있는 「겨울 문장론」이 갖는 의미는 크다.
가장 적절한 문장이 되기 위해 “문장은 외로운 여행자처럼 출발하여/ 한밤중 눈보라 속으로 향”하는 각오를 해야 한다. “제스처의 감식가처럼,/ 소녀의 얼굴을 꽃병처럼 손에 받드는 것” 처럼, “서랍에서 총을 꺼내어/ 창밖 뜨거운 사막으로 집어던지는 것”처럼 “쉽게 뜻을 전하는 법도 있으련만” 그 쉬운 길을 가지 않고 “얇은 코트 끝자락을 펄럭이며” 눈보라 속을 걸어가야 한다.
빌린 콜린스는 쉽게 이미지로 표현하려는 의지를 멈추고 “서늘한 시간”을 “침묵으로 불”태우라고 충고한다. 거기에 만족하지 않고 “비참함을 고집”하며 앞으로 나아가라고 덧붙인다. “글의 형식”인 “겨울의 헐벗은 가지들”이 되어, “옷 입지 않은 몸”이 되어 모음인 “호수” 위에 명사 같은 ‘섬’이 오롯하게 자리하는 순간이 올 때까지, “쌓이는 눈 속에 온밤을 낑낑대며,/ 흰 언덕과 흰 골짜기 바닥,/ 들쥐와 지나는 까마귀들에게 보내는 메시지인/ 장화발자국의 희미한 글자를 남기”면서, 더더욱 적절한 표현을 찾아 끝까지 걸어가라고 요구한다.
그리하여 “굴뚝에서 오르는” 새벽의 연기 줄기가 “빛나는 서리를 뒤집어쓰고 떨며” 서 있는 것을 만나라고 역설한다. 그런 후에야 비로소 만족스런 문장 하나를 얻을 것이며, “얼음투성이 수염에서 미소가 피어오”르는 것을 볼 수 있다고 말한다.
빌리 콜린스의 「겨울 문장론」은 언어 선택의 중요성을 집요하게 강조한 시이다. 시를 쓸 때는 절대 언어와 쉽게 타협해서는 안 된다. 시의 언어는 절제된 언어이며, 냉정함을 가지고 선택된 언어이다. 신중에 신중을 기해 선택해야 하고, 지금보다 더더욱 적합한 언어가 다가오면 미련 없이 기존의 언어를 버려야 한다.(하린 시인)
하린
2008년 《시인 세계》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 『야구공을 던지는 몇 가지 방식』, 『서민생존헌장』, 『1초 동안의 긴 고백』이 있고, 연구서 『정진규 산문시 연구』와 시 창작 안내서 『시클』과 창작 제안서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와 『이것만 알면 당신도 현대 시조를 쓸 수 있다』가 있음. 청마문학상 신인상(2011), 송수권시문학상 우수상(2015), 한국해양문학상 대상(2016), 한국시인협회 젊은시인상(2020)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