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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병호 시인의 〈어제 읽지 못한 시〉 3 _ 하상만의 「내일」

포엠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2. 11. 13. 16: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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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하상만

 

내일이 오려 하네

내게 그런 것이

남아 있네

받고 싶은 것은 주지 않고

주고 싶은 것을 주고

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처럼

내게도 능력이 있네

너를 좋아하는 능력

네가 없으면 나는 무능력하네

천천히 차를 마시네

천천히 내일이 올 수 있도록

내가 하려는 일은 자주

소용이 없네

네가 내게 온다면

아름답게 너를

오해해 줄 텐데

가까운 길을 가르쳐 주어도

가던 길로만 가는 사람처럼

내일이 오려 하네

그런 것이 내게

남아 있네

『추워서 너희를 불렀다』, 걷는사람,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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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에게도 ‘내일 같은 것’이 남아 있을까? 곰곰하게 생각을 해봐도 모르겠다. 내일은 불친절한 연인 같은 것이어서 가까운 길 마다하고 멀리로만 돌아와서는, 제가 주고 싶은 것만 던져주고 가버린다. 지금껏 살아낸 삶이 그렇다는 걸 이제야 깨닫는다. 그래도 내일이 온다니 다행일까.

좋아하는 일과 오해하는 일도 하나의 능력이어서 나는 온힘을 다하려 하지만 그것도 네가 없으면 무용한 일, 무능력한 일. 지금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네가 천천히 올 수 있도록, 천천히 차를 마시는 일뿐.

너도 없고 내일도 없는 나는, 내일을 기다리지 못하고, 내일을 두려워하는 사람으로 남는다.

그런 내일은 아직 내게 없다. 하지만 너에게는 있으면 좋겠다. 차마 내가 너의 내일이 되지 않더라도.(김병호 시인)

 


 

김병호

2003년 《문화일보》 등단. 시집 『달 안을 걷다』 『밤새 이상을 읽다』 『백핸드 발리』가 있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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내일 하상만 내일이 오려 하네내게 그런 것이남아 있네받고 싶은 것은 주지 않고주고 싶은 것을 주고사랑한다고 말하는 사람처럼내게도 능력이 있네너를 좋아하는 능력네가 없으면 나는 무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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