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15 _ 박화남의 「대접을 대접하다」
대접을 대접하다
박화남
뚝배기 식당에서 목소리가 깨졌다
받아 든 설렁탕에 머리카락 보인다고
자리가 펄펄 끓는다
쩔쩔매는 늦은 밤
트집이 묻어있는 대접과 대접 사이
대접을 받으려면 큰 그릇 되라는데
큰 뜻을 품을 줄 몰라
사람만 부풀었다
― 박화남, 『맨발에게』, 작가,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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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뚝배기 식당. 손님은 받아 든 설렁탕에 머리카락이 보인다고 주인에게 따져 묻는다. “트집이 묻어있는 대접과 대접 사이”에는 “큰 뜻을 품을 줄” 모르는 손님의 고성에 의해 분위기가 험악해졌다. 물론 식당 입장에서는 위생관리에 소홀했던 측면이 있지만 그렇다고 다른 손님들이 있는 식당에서 언성을 높이며 따져 묻는다면 식당 이미지는 어떻게 되겠는가? 『논어』에는 ‘군자불기君子不器’라는 말이 나온다. 이 말에는 군자君子는 어떤 특정한 규칙이나 틀에도 얽매여서는 안 된다는 뜻이 담겨 있다. 군자는 형태가 고정된 그릇과 같지 않아서 모든 분야에 원만하게 적응할 수 있어야 한다. 이런 사소한 일로 사람들과 언성을 높이며 다툰다면 군자가 아니다.
일을 그르치거나 누군가로부터 해코지를 입었다고 하여 남 탓만을 하지 말고 상황이나 맥락에 맞게 지혜로운 처세로 상대를 배려해 주고 이해해 주고 포용해 주는 큰 그릇이 되어야 한다. 모든 일을 두루 종합적으로 판단해서 처리하는 전인적全人的인 도량을 갖춘 사람이 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뚝배기 식당에서 비위생적인 음식을 손님에게 내놓는 것도 문제이기는 하지만, 손님 또한 설렁탕에 머리카락이 보인다며 식당에서 언성을 높이고 트집을 잡는 행위도 문제다. 다시 말해 손님은 독선적이고 오만한 태도를 보인 것이다. 독선은 자기 혼자만 옳고 정의롭다는 그릇된 믿음에서 비롯된다. 자기 혼자만 옳다는 신념에는 타인을 모두 사악하고 몰염치한 인간으로 보는 인식이 깔려 있기 때문에 무척 위험하다.
또한 오만은 건방지고 거만한 태도다. 오만과 독선은 결국 스스로를 고립시키고 파국破局에 이르게 한다는 것을 기억해야 할 것이다. 대접은 큰 그릇을 말하기도 하지만 넓은 마음으로, 자기가 대접받고 싶은 대로 상대를 대접하라는 역지사지易地思之의 의미도 담겨 있다. 사소한 일로 상대에게 분풀이를 하면서 원망만 해댄다면 결코 제대로 대접받을 수 없다. 소인배들은 큰 그릇처럼 포용적이지도 관대하지도 않기 때문에, 제대로 대접받을 수 없는 것이다. “남에게 대접을 받고자 하는 대로 너희도 남을 대접하라”는 마태복음의 가르침을 깊이 생각해 볼 일이다. (이송희)
이송희
2003《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했으며 『열린시학』등에 평론을 쓰며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환절기의 판화』,『아포리아 숲』,『이름의 고고학』,『이태리 면사무소』,『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평론집 및 연구서 『아달린의 방』,『눈물로 읽는 사서함』,『길 위의 문장』,『경계의 시학』,『거울과 응시』,『현대시와 인지시학』,『유목의 서사』 등이 있다.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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