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조포커스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5 _ 박정호의 「그렇게 여러 날」

미디어시인 2023. 10. 15. 11:55

 

 

그렇게 여러 날

 

박정호

 

보고잡은디 어쩐다냐

그냥은 안 올 거인디

 

찾아가 볼라 혀도

어딨는지 알아야제

 

망미정望美亭*

길목을 지켜 선

곤한 눈빛,

분주하다.

 

*화순 노루목 적벽 앞 소재.

 

― 『좋은 시조, 2023년 가을호.

 

위 시는 방언의 효과를 적절하게 잘 사용하여 시적 효과를 극대화 시켰다고 할 수 있다. 우리가 일반적으로 쓰는 말은 표준어이지만 생활어로서 방언은 아직도 다양하게 존재하고 있다. 오래전부터 특정 지역의 사람들이 써온 말을 이해하는 것은 그들의 정서와 사상을 엿보는데 큰 도움이 된다. 그뿐만 아니라 특정 지역의 말을 알지 못하는 이에겐 그들의 낯선 언어가 신선하게 다가 올 수 밖에 없다. 사투리의 전염성을 느껴본 사람이라면 그들의 언어가 갖고있는 특별한 말맛에 거듭 달삭거릴 것이다.

보고잡은디 어쩐다냐/그냥은 안 올 거인디화자가 구어의 방식으로 자식에 대한 그리움을 표현하고 있는 이 문장은 방언이 아니고서는 담아낼 수 없는 남도의 정서가 뭍어 있다. 여기에서 자식은 그리운 대상으로서 수동적으로 받아들여야 할 존재이다. 맹목적 감정을 강요할 수 없는 감정적 약자라고 할 수 있겠다. 능동적으로 행동하려 해도 찾아가 볼라 혀도/어딨는지 알아야제상황이 여의치 못하다는 것을 알 수 있다. “그냥은 안 올 것인디라는 표현을 통해 대면에 대한 요량도 부려볼 법하지만 인내를 상징처럼 입고 있는 어머니에게 이 감정은 마음의 여운으로만 쟁여둘 수 밖에 없다.

화자의 고향이 전라남도 곡성이라는 점을 고려할 때 망미정望美亭길목으로 호명할 근거가 될 만하다. 곡성과 화순 사이 비경을 간직하고 있는 노루목 적벽의 길목으로 이어지고 있는 곤한 눈빛. “그렇게 여러 날자식을 기다리고 있는 노모는 우리 모두의 어머니임을 인식하게 한다. 그리움이라는 감정의 생산자로서 어머니를 바라보는 시인의 안타까운 시선이 뜨겁다.

 

 

 

표문순

2014시조시학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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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5 _ 박정호의 「그렇게 여러 날」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5 _ 박정호의 「그렇게 여러 날」 - 미디어 시in

그렇게 여러 날 박정호 보고잡은디 어쩐다냐그냥은 안 올 거인디 찾아가 볼라 혀도어딨는지 알아야제 망미정望美亭*길목을 지켜 선곤한 눈빛,분주하다.*화순 노루목 적벽 앞 소재.― 『좋은 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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