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15 _ 김영재의 「안경」
안경
김영재
세상을 밝게 보려
안경을 바꿨다
새로 산 안경 밖으로 세상이 밝아 보였다 하루 이틀 그럭저럭 서너 달이 지나고 세상은 더욱 밝아 보였다 그러던 어느 날 밝게 보이던 것들이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하면서 내 몸에 이상이 생겼다 자세히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이 자꾸만 잘 보인 것이다
눈에는 진물이 나고
가슴은 덜컥 자다 깨고
— 『상처에게 말 걸기』, 책만드는집,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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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누군가를 보는 동시에 누군가에게 보이는 존재다. 시각은 눈을 통해 인지하고, 관찰하고, 판단하는 감각이다. 본다는 것은 망막에 비치는 하나의 상과 인간이 바라보는 주관적인 상으로 구분된다. 그렇기 때문에 같은 것을 바라보더라도 관점의 차이가 있을 수밖에 없다. 결국 우리의 시선에는 언제나 타인의 시선이 깃들어 있다. 이때 시선은 하나의 권력이 되기도 한다. 숨김없이 드러나는 이미지는 나와 타인의 시선을 주목한다.
김영재 시인의 시에 등장하는 시각적 상징물은 ‘안경’이다. 안경은 세상을 더 정확하게(또렷하게) 볼 수 있게 도와주는 또 하나의 ‘눈’이다. 일반적으로 시력이 나빠지면 안경을 착용하여 시력을 교정한다. 그 덕분에 우리는 일상의 더 많은 시각 정보를 얻을 수 있으며, 보다 편리하게 생활할 수 있다. 시적 주체 또한 “세상을 밝게 보려/ 안경을 바꿨”음을 이야기한다. 안경은 그에게 흐릿한 대상을 선명하게 볼 수 있는 다리가 되어준다. 그러나 여기서 안경은 본다는 것에 대한 성찰의 계기를 제공한다. 새 안경으로 교체하고 “하루 이틀 그럭저럭 서너 달”의 적응 기간을 가지면서 “세상은 더욱 밝”아졌다. 그리고 이 ‘밝음’은 “어느 날”부터 “더 자세히 보이기 시작하면서” 문제를 불러일으켰다. 고요가 어둠 속에 머물 듯이 가끔은 아무것도 보지 않는 편이 이로울 때도 있는데, “자세히 보지 말아야 할 것들”을 “자꾸만” 보게 되면서 몸이 불편해진 것이다.
매일매일 온갖 사건 · 사고가 난무하는 오늘의 뉴스로 인해 “눈에는 진물이 나고/ 가슴은 덜컥 자다 깨”기를 반복한다. 눈앞에 벌어지는 비윤리적인 상황 앞에서 나는 무력한 존재가 된다. 서양 속담에 “보는 것이 믿는 것이다”라는 말이 있다. 이는 볼 수 있다는 능력이 가진 확실성에 대한 믿음을 말해준다. 보는 것, 그 시선의 힘이 아는 것으로부터 출발한다면 우리는 자신이 보고자 하는 것만을 보고 싶다. (김보람 시인)
김보람
2008년 중앙신인문학상 시조 부문에 당선되어 작품 활동을 시작하였다. 시집으로 『모든 날의 이튿날』, 『괜히 그린 얼굴』, 『이를테면 모르는 사람』, 연구서 『현대시조와 리듬』이 있다.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을 수상하였고, 2016년 한국문화예술위원회 유망작가에 선정되었다. 21세기시조동인으로 활동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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