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6 _ 유헌의 「빨대」
빨대
유헌
쪽, 하고
빠는 순간
열기가
확,
솟구쳤다
반구의
아랫도리가
훅,
뜨거워졌다
남극의
빙하 한 조각
푹푹
녹아내렸다
― 『온금동의 달』, 고요아침,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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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9월 대전 한밭수목원에 ‘기후위기시계’라는 것이 설치되었다고 한다. 이 시계는 국내 3곳(부산, 인천, 광주) 국외 2곳 (미국의 뉴욕, 독일의 베를린)에 세워져 있다고 하는데 지구 온도 상승에 대한 위기의식을 갖게 하려는 하나의 조치로 보인다. 올해도 우리는 기후로 인한 생활의 변화를 다양하게 경험했다. 여름 장마 기간 내리는 비가, 한곳에 들이붓는 식으로 어마어마하게 쏟아졌고 8월 온도 또한 지구 역대 최고 온도를 기록했다. 지구 온도가 상승하면 어떤 문제가 생기는지, 원인이 어디에 있는지도 모두 아는 사실이다. 바다거북이 장폐색으로 매년 20마리씩 폐사하고 북태평양 미드웨이섬에 사는 알바트로스를 죽음에 이르게 한 플라스틱 또한 우리 생활의 편리가 만든 결과라는 사실도 아는 일이다.
급기야 지난해 9월 집단급식소나 식품접객업에서 종이컵과 플라스틱 빨대 사용을 제한하게 되었는데 이것에 대한 소회를 시인은 말하고 싶었던 것 같다. 생태 보호에 남다른 의식을 가지고 있는 시인이 일상생활에서 아무렇지 않게 했던 빨대를 빠는 행위를 통해 “열기가/ 확,/ 솟구”쳐서 “남극의/ 빙하”가 녹아내리는 상황을 연출하면서 자신뿐만 아니라 우리의 행위까지도 비판하는 모습을 보여주고 있다. ‘쪽’, ‘확’, ‘훅’, ‘푹푹’ 같은 의성어나 부사어를 한 행에 배치함으로써 행위와 영향을 강조하고 있다. 특히 초장 넷째 마디 “확,/ 솟구쳤다”의 경우 한 마디를 올려 걸침으로써 변주를 주고 있으며 중장의 “훅,/뜨거워졌다”에서는 셋째 마디를 1음절로 써서 소음보의 형태를 만들고 있다. 강조점을 맞추려고 의도한 것으로 보여진다. 환경문제가 날로 심각해져 가는 이때 단순하고 짧은 행위 하나를 통해 그 영향력을 되새겨 보게 한다.
표문순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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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6 _ 유헌의 「빨대」 - 미디어 시in
빨대 유헌 쪽, 하고 빠는 순간열기가 확,솟구쳤다반구의 아랫도리가 훅, 뜨거워졌다남극의 빙하 한 조각푹푹녹아내렸다 ― 『온금동의 달』, 고요아침, 2023. --------------- 지난 9월 대전 한밭수목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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