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성규 시인의 세 번째 시집 『바늘이 쏟아진다』 시인동네시인선으로 발간
― 시적 장치와 모호성을 바탕으로 시적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 둔 시집
정지윤 기자
임성규 시인의 세 번째 시조집 『바늘이 쏟아진다』가 시인동네 시인선 218번째로 출간되었다. 임성규 시인은 1999년 《금화문화》에 시조가, 2018년 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동화가 당선되어 등단하였다. 『배접』, 『나무를 쓰다』 등의 시조집을 펴냈고, 『형은 고슴도치』의 동화집을 펴내는 등 시조와 아동문학에서 활동하고 있다.
임성규 시인은 『바늘이 쏟아진다』에서 다양한 시적 장치와 모호성을 바탕으로 한 시적 해석의 다양성을 열어두고 있다. 독자에게 열린 해석을 맡기는 방식을 활용하여, 현대시조의 경계를 보여준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일상에서 만나는 다양한 고통의 목소리와 고통에 대한 반응을 시적 이미지로 변환시킨다. 시인은 시집 서문에서 “쏟아지는 햇살을 눈감지 않고 볼 수 있다면/ 눈앞이 깜깜해질 때마다 /초록 잎을 눈에 댄다.”라고 하면서 강한 빛이 오히려 어둠을 가져올 수 있다는 것과 그 어둠과 통점을 치료하는 색으로 초록을 말한다. 고통과 치유가 한 장의 잎에서 펼쳐지고 있음을 보여준다. 보이는 것과 보이지 않는 것이 서로를 붙들고 흔들리고 부대기면서 소리지는 상황을 이 시집 곳곳에서 만날 수 있다.
<냄비>에서는 그을음에서 그리움을 읽어내고 <혓바늘>에서는 상처투성이 바늘을 쏟아내는 시인의 마음을 보여준다. 이는 시집 전반에 흐르는 이별, 슬픔, 그리움, 등의 상처받은 마음을 이미지로 전환 시키면서 독자에게 공감을 일으키고, 독자의 해석 공간을 만든다. 우대식 시인은 시 해설에서 ‘아버지의 붓’을 언급하면서‘ 슬픔’이라는 관념마저 감각적인 이미지로 변환시켜 놓은 이 시 역시도 구체적 의미를 드러난 것을 삼가고 있다.’라고 하면서 시의 ’비극성과 더불어 정신적 견인주의를 만나게 된다’라고 하였다.
이 시집에서 시인은 3장으로 대변되는 전통 시조의 형식을 지키면서, 연시조, 사설시조 등 시조의 여러 형식에 현대시조의 다양한 목소리를 담았다. 시조의 3장이 주는 시적 대상에 대한 묘사와 확장, 깨달음의 형식을 여러 모양으로 보여주면서 시적 가치를 증명하려고 했다. 시인은 산문에서 ‘위대한 것은 안에 있다고 우겼다’는 말을 통해서 우겨서라도 보여주고 싶은 시인 내면의 풍경을 여러 비유와 상징을 통해서 그려냈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냄비
임성규
그을음이라 써놓고
그리움으로 읽는다
오래된 바닥에 눌어붙은 불의 기억
닦는다 속살 보일 때
붉어지는 네 낯빛
들썩이는 뚜껑을 슬며시 들추면
일어서는 거품 속에서
소리가 흘러내려
불현듯 나도 모르게
닦아낸 말의 무늬
기울어진 길 위로 타닥타닥 피는 어둠
까맣게 타버린 냄비 속 감자 같은
더 이상 씻을 수 없는
하루를 벗겨낸다
― 『바늘이 쏟아진다』, 시인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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문장을 줍다
임성규
날 새기 전 추모시를 다 쓰지 못했다
망자의 혼백이 한기를 불렀는지
눈보라 휘몰아친다, 기억의 사각 위에
촛불을 켜려다가 그만 주저앉는다
나는 쓴다, 환각을 착시를 흔들림을
흐릿한 물안개처럼 입김을 내뿜으며
얼마나 오랫동안 여기에 있었을까
목소리는 바람 한 점 불러내지 못했고
눈빛은 골목길 안에 토끼처럼 갇혔다
촘촘하게 박히는 이 뜨거운 느낌은
아무래도 여기서 기도를 멈춰야겠다
무엇도 내려오지 않는 막막한 새벽하늘
― 『바늘이 쏟아진다』, 시인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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토끼전을 읽다
임성규
이불 밑에 넣어둔 책을 꺼내 읽는다
용왕의 속앓이가 빈속을 긁어오면
바위에 널어놓았다는 토끼 간이 만져진다
두 눈에 불을 켜고 귀를 쫑긋 세운다
벼랑 위 맨발로 달려가는 젖은 바람
누구의 간을 훔치러 저리 바삐 가는 걸까
오독의 밤은 깊고 눈앞이 침침하다
샛별이 뜨는 시간 타는 듯한 갈증에
끝장을 넘기지 못하고 삼키는 마른침
― 『바늘이 쏟아진다』, 시인동네,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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