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 25 _ 공화순의 「감 농사」
감 농사 공화순 아부지, 감 농사를 망친 것 같습니다 지금쯤 나무 밑에 생선토막을 묻을까요 듬성한 어느 가지 끝에 불을 켜야 할까요 ―공화순,『나무와 나무 사이에 모르는 새가 있다』, 상상인, 2024. ----------- 가을날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풍경 중 하나를 들라면 뒷마당 돌담에 곁을 둔 감나무를 들겠다. 노랗게 익은 감이 가지가 꺾이도록 휘어진 모습을 보면 “그 집 참 감 농사 잘 지었다”라며 보는 것만으로도 덩달아 마음 환해지는 게 감이다. 그것은 공중에 불을 켠 등(燈)처럼 곱게 매달려 시각적으로 꽤 자극적인 풍경을 자아낸다. 이 시에서 화자는 아버지에게 이야기하는 방식을 택하고 있다. ‘아부지’라는 호명이 격의 없는 부녀관계를 유추하게 하며, 보다 따뜻한 시골감성을 담고 있는 방언..
시조포커스
2024. 11. 18. 08:0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