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산 시인 _ 귀신고래
귀신고래 김산 나는 멕시코의 따뜻한 바하칼리포르니아 해안에서 태어났다 태어날 때부터 몸을 가누지 못할 정도로 머리가 컸던 나는 큰 바다에 몸을 눕히고 물의 출렁임을 온몸으로 읽어야만 했다 자고 일어나면 언제 달라붙었는지 흰 따개비들과 바다벼룩이 얼굴과 등 위에서 작은 분화구처럼 열꽃을 피우고 있었다 어머니! 이 여드름을 당신의 지느러미로 시원하게 짜주세요 얼마나 더 많은 상처들을 거느려야 바다와 한 몸이 될 수 있을까요 나는 크릴새우와 백상아리와 포경선의 관계에 대해 깊이 생각했다 왼발이 오른발을 오른발이 왼발을 끌고 가는 것처럼 슬픈 일은 없다 어머니는 큰 바다에 몸을 맡기면 가자는 쪽으로 그 어느 곳이든 맘껏 갈 수 있다고 했지만 나는 큰 입을 벌리고 갸우뚱거릴 뿐, 가도 가도 끝이 없는 이 망망대해..
포토포엠
2023. 9. 4. 09:4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