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휼 시인 _ 단단한, 위기(圍碁)
단단한, 위기(圍碁)* 김휼 풀리지 않는 마음으로 빚어놓은 흰 돌과 검은 돌 서먹해진 간격에 지은 반집을 두고 우린 대립을 하지 영혼의 그림자 같은 흑과 백 꽉 다문 입술로 바닥을 기며 세력을 키우지 마음 한 점 내려놓았던 자리에서 비롯된 갈망, 돌의 내부가 한 점으로 흘러나오면 조바심치며 서로의 바깥을 에워싸고 감정선 따라 번득이는 눈알, 기보 밖의 전략은 눈부셨지 악수가 보이는 절반의 집에 함께 깃들 수 없어 선 뜻 들어서지 못하는데 더 이상 물러설 수 없는 곳에서 단색의 감정만 남아있는 미생에게 신의 한 수는 돌 속에 갇힌 침묵뿐 새하얀 믿음 때문에, 내딛는 꽃점 마다 그늘 자국 길게 남기고 절벽의 길을 더듬거리는 흰 돌의 당신과 검은 돌의 나 똑, 똑, 울 없는 사각의 링 위를 거듭하고 있지 *바..
포토포엠
2023. 3. 14. 07: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