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포엠 _ 박은정 시인 _ 진흙 정원
진흙 정원 박은정 몇 날 며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사람들은 이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여기서 잠을 좀 자고 가도 될까요? 집주인은 여자를 모르는 사람처럼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보던 TV를 본다. 그렇게 한동안 화면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여자에게 말했다. 애가 우는데 거기서 뭐해.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서럽다는 듯, 힘껏 운다. 이 집은 언젠가부터 화분과 장판 밑에 벌레가 우글거리고 악취가 진동하여 방문객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는 갈 곳이 없고 밖은 너무 추우니 집주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고 딱 하룻밤만 있을 곳이 필요해요. 집주인은 베란다 화단에 물을 주고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운다. 그때 말이야. 대사를 까먹어 무대를 박차고 나간 배우는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을까? 혼자 울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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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7. 02:4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