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19 _ 손영희의 「뿔이 무슨 상관이랴」
뿔이 무슨 상관이랴 손영희 이제 막 촉을 내민 콩잎이 사라진 건 뿔난 짐승이 산을 내려왔던 흔적이다 갑자기 뿔이 솟는다 거칠고 뾰족하다 목숨을 담보한 익숙한 허기 앞에 물어뜯고 으르렁대며 뿔과 뿔이 맞붙는 세상이 어깃장을 놓아도 동은 또 터오고 ― 『세상의 두근거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시인동네, 2024. ---------------- 동물들에게 뿔은 외부의 공격으로부터 자신을 방어하고 지켜내는 기능을 할 뿐 아니라 먹이 사냥에도 큰 쓸모를 발휘한다. 또한 뿔은 권력과 명예를 뜻하기도 하지만 동시에 대립과 갈등에서 비롯된 분노나 적개심을 표상하기도 한다. 주체의 콩밭에 “이제 막 촉을 내민 콩잎이 사라”진 사건을 폭로하는 것으로부터 이 시는 출발한다. 밤사이 “뿔난 짐승이 산을 내려”와 밭을 헤집어 ..
시조포커스
2024. 3. 15. 14: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