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시인의〈시조시각〉6 _ 염창권의 「공중전화」
공중전화 염창권 길가에 서 있던 공중전화, 이제 없다 떼어낸 자리에는 파스를 붙인 듯이 회칠된 사각의 공란, 그런 기억 겹겹이 시차를 건너와서 내 몸에 기대일 때, 통신선을 따라갔던 아물지 못한 종적이 아프게 또 왔다가 간다, 점선으로 이은 곳에 눈발이 붐비고 있었는데, 그 불빛 밑 슬픔을 켜놓은 상자 안에서, 수화기가 매달려, 안 보이는 말을 공중에 쏟는다. ― 염창권, 『오후의 시차』, 책만드는집, 2022. ---------------------- 아주 간혹, 길가에 선 공중전화 부스를 마주할 때가 있다. 아무도 찾지 않아 먼지 쌓인 공중전화지만 왜인지 반갑고 정겨운 마음이 든다. 수화기 너머의 목소리에 울고 웃던 공중전화에 얽힌 에피소드를 펼치며 아날로그 감성을 소환하다 보면 소박한 기쁨과 낭만이..
시조포커스
2023. 1. 17. 15:5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