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포엠 _ 이범근 시인 _ 국지성(局地性)
국지성(局地性) 이범근 며칠 째 흔들리던 앞니가 사라졌다 자고 일어나니 혀가 문득 추웠다 모래 더미에 한 손을 넣고 오래 두드리면 문짝도 없는 헌 집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집에서 흐느끼면 동네가 다 알 것 같았다 석순(石筍)이 자라는 속도로 앞니가 있던 자리에 혀를 대었다 살아있던 사람들만이 살아남았다 아무도 죽을 생각이 없었다 갈대숲 너머로 던진 돌이 오늘 아침에서야 언 강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수면과 돌은 서로의 밤을 맞대고 팽팽했다 찬밥을 뭉쳐 맹물에 말아먹었다 밥맛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눈물이 아직 몸속을 떠도는 안개였을 때 흐느낌이 아직 어린 소사나무 분재(盆栽)의 흔들림이었을 때 문을 열어둔 채 너는 집을 나갔다 —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월호. 이범근 시인 _ 국지성(局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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2023. 8. 16. 09: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