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소연 시인 _ 테이블
테이블 이소연 이 호수는 허구한 날 나를 불러 자기 앞에 앉힌다 “왜 자꾸 불러내” 가장자리로 떠밀려 온 것들은 모두 호숫가 벤치처럼 앉아 있다 마음 한 귀퉁이 털어내고 싶어서 물결 진 얼굴을 하고 땅콩 껍질을 바스러트린다 맥주를 따르면서 이 호수는 일어설 수가 없다 대답하지 않는다 그냥 내뱉는 말들마다 잉어 지느러미를 달아 수면 아래로 지나가게 한다 “얜 늙지도 않나 봐” 이 호수는 나이 든 남자의 불거진 뼈를 보여줄 때가 있다 환풍구가 없는데 고인 냄새가 자꾸만 사라졌다 두근거린다와 두려워하다가 서로 다른 온도에서 변질되듯이 이 호수 앞에서는 조금씩 다르게 말하고 아주 다르게 듣는다 환기가 안 되는 곳에서도 오염되지 않는 건 너무 오래되어서 새것 같은 단어 몇 개뿐일 거야 내가 만난 호수는 모든 말이..
포토포엠
2024. 2. 16. 13:2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