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12 _ 이송희의 「흘러내리는 기억」
흘러내리는 기억 — 달리의 그림 을 보고 이송희 우리의 시간은 흘러내리고 있었어 여전히 절벽 너머는 보이지 않았지만 잘 섞인 어제와 내일은 말랑하고 부드러웠지 눈 녹듯 녹아내리는 유년의 해변가 모서리에 부딪혀 멍든 꿈이 떠다녔지 뒤틀린 눈 코 입들이 무의식을 채웠어 째깍이는 죽음에서 걸어 나온 그림자 형의 얼굴 지우고 거울을 들여다보면 또 다른 페르소나가 당신으로 앉아 있어 기억은 돌아갈 수 없는, 나를 불러 세웠지 나무에 매달린 채로 눈 감은 수평선 어둠이 부풀기 전에 아침이 오고 있어 ―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20년 12월호 인간의 기억은 미래를 향해간다. 기억 속에 응축된 상상적 공간을 재현해 내면서 미적 세계를 재구성한다. 작가는 기억을 질료로 삼으며 인물과 풍경을 가공하고 미학적 공간을 창..
시조포커스
2023. 7. 4. 09:1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