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시인의〈시조시각〉5 _ 이우걸의 「연하장」
연하장 이우걸 “삼춘, 올해 허리병만은 꼭 낫길 기도합니다.” 곁에서 속삭이듯 한 조카딸의 연하엽서엔 무심히 스칠 수 없는 피붙이의 온기가 있다 ‘축복’이니 ‘건필’이니 ‘화목’이니 ‘건안’이니 흔해빠진 관습 어투가 몇십 년째 들락거리는 그 틈에 이런 안부는 봄비처럼 새롭다 계절용 인사들이 역하다고 할 순 없지만 컨디션이 안 좋은 날엔 어쩐지 짜증이 난다 생각도 성의도 없이 찍어낸 낱말 같아서 ― 『시와문화』 2020년 봄호 예전에는 연말이면 지인들과 한 해의 감사와 새해의 덕담을 나누는 연하장을 주고받았다. 정성 들여 고른 카드에 손글씨로 꼭꼭 눌러쓴 풍성한 마음을 담은 연하장! 그러나 언제부턴가 우리는 몇 번의 클릭만으로도 손쉬운 연하장을 보낼 수 있게 되었다. 연하장의 대표 문구 ‘근하신년(謹賀新年..
시조포커스
2022. 12. 26. 18:1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