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0 _ 이정환의 「폐타이어에게」
폐타이어에게 이정환 몸의 일부는 이미 먼지가 되어 버렸을 마구 휘감기어 닳던 어두운 길의 흔적 둥글게 말아 올리며 밤 불빛에 떨고 있다 만근 쇳덩이에 눌린 시간의 무덤인가 무수한 욕망이 솟구치다 까무러치고 먼 길을 짓쳐나가던 근골마저 바스러진다 세상 떠받치던 힘 스러져간 자리마다 살엘 듯 파고드는 이른 새벽의 냉기 지하도 한켠을 떠도는 기침소리 듣는다 이정환, 『서서 천년을 흐를지라도』, 만인사, 2024. -------------- 현대인들은 날마다 생산되는 새 상품을 즐기기 위해 어제의 물건들을 습관처럼 버리는 경향이 있다. 오늘의 물건을 위한 자리를 마련한다. 질서와 혼돈이 뒤섞인 도시의 진짜 얼굴을 궁금해하는 이는 없다. 버려지는 물건의 부피는 점점 더 커지고 있지만 정작 폐기된 잔해물들이 어디..
시조포커스
2024. 5. 7. 23:09