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24 _ 이토록의 「산수국 헛꽃이 푸르게 지듯」
산수국 헛꽃이 푸르게 지듯 이토록 사랑이여그 끝에는 아무것도 없답니다 간신히꽃잎 한 장 남았을 늦은 날에 우리가, 한 뼘인 그곳엔 못 갈 듯영 못 갈 듯― 『이후의 세계』, 가히, 2024. ---------- 선생님이라는 명사가 ‘가르침을 주는 사람’에서 일반적인 존칭 명사로 바뀐 건 이미 오래다. 마찬가지로 사랑이라는 명사도 남녀 간 좋아하는 마음에서 고객 응대의 방식으로 바뀌면서 여기저기 사랑이 남발되고 있는 게 사실이다.“어떤 존재를 아끼고 귀중히 여기는 마음”이라는 측면에서는 틀린 말이 아니기 때문에 반박할 여지는 없지만 낯선 사람에게 ‘사랑합니다’라는 말을 들을 땐 여간 당황스러운 게 아니다.사랑에도 종류가 많고 대상에 따라서 그 의미가 달라지지만 이 시의 화자는 남녀 간 사랑에 관해 말하고..
시조포커스
2024. 9. 21. 16: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