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10 _ 정지윤의 「틈」
틈 정지윤 물이 새고 있다 빈틈없이 사는 줄 알았다 알고 보니 틈에 둥지를 틀고 나는 살고 있었다 틈 사이 봄을 놓쳐버리고 화초들을 말라가게 했다 틈이란 막다른 현실이 되면 더 커지거나 메워진다 또 한 방울의 물이 떨어지고 있다 존재의 모든 순간들 발 저리도록 쿵쿵거린다 ― 정지윤, 『참치캔 의족』, 책만드는집, 2020. -------------------------- 생각해 보면, 틈이 있어야 산다. 틈이 너무 벌어지면 빠져 죽고, 틈이 빈틈없이 메워지면 숨이 막혀 죽는다. 틈은 적당히 필요하다. 틈이 있고 공간이 있어야, 소리도 나고 물도 흐르고 숨통도 트인다. 틈은 우리가 살아가는 공간이다. 사전적 의미에 의하면 틈은 ‘모여 있는 사람의 속’이라고 되어있다. ‘어떤 행동을 할 만한 기회’라고도 한..
시조포커스
2023. 4. 18. 13:3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