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9 _ 우은숙의 「염화(鹽花)」
염화(鹽花) 우은숙 곰소항 염전에 햇살이 곤두박질이다 한곳을 향하여 모질게 내리꽂는다 그 빛에 비틀대는 나는 비정규직 노동자 숨죽이고 있던 내가 부르튼 속살을 허옇게 내보이기 시작한 건 이때였다 납작한 몸을 절이고 마음까지 절인 그때 바람에 물기 말려 서걱해진 서류 위에 짜디짠 염화로 피기 위한 몸부림 올해도 근로계약서에 날인할 수 있을까 모든 것 내보여야 비로소 피는 꽃 온전히 내려놓아야 비로소 피는 꽃 가쁘게 햇살 토해내는 곰소항의 그 소금꽃 - 우은숙, 『그래요, 아무도 모를 거예요』, 시인동네, 2020. 현대사회에서 비정규직 노동자를 바라보는 시선이 급격하게 위축되었다. 자본주의 사회에서 승자독식의 논리가 피할 수 없는 생존 원리로 이어지면서 노동자들은 이른바 위험한 계급으로 치부되기도 하였다...
시조포커스
2023. 4. 10. 03:12