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영랑 시인 _ 큐브의 목적
큐브의 목적 최영랑 면들이 회전 한다 한 덩어리인 감정을 쭉쭉 펴서 분리할 수 있는 방법이 있다면 그래서 슬픔이 어느 한 조각만으로 존재한다면 보이지 않는 면, 안쪽에 새겨져 있는 것은 나의 무한한 결핍일까 습관처럼 모래시계를 뒤집고 열 손가락의 힘을 한끝에 누적시켜 큐브를 돌린다 슬픔의 전부를 한 면 안에 모을 수 있다면 밀실은 완벽해질 수 있을 텐데 나는 온전하게 큐브를 배반한 적이 없다 치명은 작은 조각 같은 것이 아니라서 큐브 속 슬픔은 슬픔 속 큐브 큐브만 남겨놓고 떠난 너의 얼굴에 또 갇히고 만다 나는 너에 대한 방향을 멈추지 않고 한 번 더 모래시계를 뒤집는다 모래알은 전부 떨어지고 착각이 더 많이 뒤섞인다 ─ 『49가지 시 쓰기 상상 테마』, 더푸른 출판사, 2021. 최영랑 시인 _ 큐브..
포토포엠
2022. 10. 20. 18: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