π로 향하는 무한수열*
김네잎
돌진했다 너는 빛조차 벗어날 수 없는 그곳으로
부피를 버리고 소실점을 껴안는다
탁자 위에 사과가 놓여있다
웜홀이 중심을 관통한
분명 넌 이곳을 지나고 있을 거다
사과를 창가로 옮긴다
기다리는 사람처럼
창에 기댄 채 어깨의 곡선이 허물어질 때
내가 내내 옆 표정만 보고 있을 때
우리의 기연(奇緣)을 타고 흘러내리던 적막한 공백
공백에 깃든 별리
네가 끝내 빨려 들어 간 블랙홀
뒤돌아서자마자 내 발이 지워지기 시작한다
이 방이 이렇게 넓었었나
너의 빈자리를 건너갈 수 없다
* 라마누잔의 수학 이론 – 블랙홀, 양자이론, 끈이론 등의 연구에 응용된다.
― ≪파란≫ 2021년 여름호.
김네잎 시인 _ π로 향하는 무한수열 < 포토포엠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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