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투和鬪
박제영
점에 백 원짜리 밤새 쳐봐야 따도 일이만 원이요 잃어도 일이만 원이지만 화투판이란 게 본디 걸린 판돈이 십 원이든 백 원이든 감정조절이 그리 녹록한 게 아니어서 별의별 일이 다 벌어지기 마련이라 어젯밤도 그랬다 “아빠 빨리 죽어”, 그러니까 여동생이 자기 패가 좋으니까 아빠는 광이나 팔고 한 판 쉬시라고 한 것인데, 아버지 갑자기 화투판을 엎으며 “죽으라니, 그게 어디 애비한테 할 소리냐, 못된 년 같으니라고”, 두어 시간 내내 선 한 번 못 잡고 잃기만 했으니 속이 상하셨던 탓일텐데, 마흔 살 넘은 딸도 울고 일흔 살 넘은 아버지도 울고 그렇게 판이 깨졌던 것인데, 오늘 아침 누가 먼저랄 것 없이 아버지 어머니 나 그리고 여동생 다시 판을 깔고 앉았더니 “어제 그리 난리치고도 또 화투냐” 형이 한 마디 던지는 것인데, 아침상 준비하던 두 며느리 그만 웃음보 터뜨리니 둥근 웃음이 방안 가득 번지더라
― 박제영, 『식구』, 북인, 201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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