악플
하린
입을 열두 개나 가진 악담은
오늘 아침에도 따분했다
자음과 모음을 우적우적 씹어먹고
서로의 생각을 파먹으며 과장되게 몸짓 만을 부풀렸다
은밀한 건 좋지만 내밀한 건 싫다고 토로했다
매번 불구의 날들을 확인하고도 명랑하다니
누군가 자신을 추궁하는 건 용서했지만
모른 척하는 건 못 견뎌했다
악담이 번식시킨 레퀴엠의 시간
가시를 잔뜩 품은 다짐이 목구멍을 관통할 때,
타인과 타인 사이
도피와 회피의 차이가 분명해졌다
어둠의 결심보다 빛의 변심이 흔해졌고
말들은 스스로 질식하는 꿈을 꾸곤 했다
어느 순간 음지에서 피는 꽃이 진실을 토했다
그런데도 악담은 고압선 위 까마귀처럼 무탈했다
독주를 마신 이야기 속 주인공이
별들과 서러움을 교환하며 비굴을 감행했다
악담은 껄껄껄 웃었다
이제 막 떨어지고 있는 눈물의 온도를 재빨리 회수했다
— ≪미네르바≫ 2021년 여름호.
하린 시인 _ 악플 < 포토포엠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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