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단절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들의 숨결까지 읽어낸, 섬세하고 따뜻한 시선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5. 12. 29. 01:09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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성은주 시인의 두 번째 시집 코끝의 도시, 시인의일요일시집으로 발간

 

 

하린 기자

 

2010조선일보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시작 활동을 시작한 성은주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코끝의 도시를 시인의일요일시집으로 발간했다. 첫 시집 에서 시인은 현실적 문제, 존재적 모멸감, 혹은 트라우마와 같은 과거의 불행에 뿌리를 두지 않는 불안을 키워드로 삼으며, ‘자기 존재의 근본적 양식으로써의 불안을 독특한 시선으로 다루었다는 평가를 받았다.

 

두 번째 시집 코끝의 도시의 키워드는 현대 사회의 익숙한 단절 속에서 살아가는 존재가 갖는 다양한 심리적인 결과 관계론적인 결이다. 시인은 도시의 각박함 속에서도 희미하게 빛나는 관계의 본질을 더듬고, 상처받은 자리에서 피어나는 새로운 시작을 감각적인 언어로 조명한다. 예를 들어 코끝의 도시에서 화자는 창가에 놓인 화분처럼 앉아서구부러진 골목을 바라보다가 이삿짐 트럭과 배달 오토바이 옆으로 가로등이 켜지자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하는 마법 같은 순간을 포착한다. “우리 여기서 살 수 있을까요// 살아남은 책장 한 모퉁이에 널어놓은 빨래가 다 마를 때까지/ 거기 누구 없나요외쳐도 열리지 않는 이웃집 대문 속, “꾹 눌러놓은 빨래집게 같은 사람들의 심리적 결까지 섬세하게 읽어낸다. 그러면서 시류에 휩쓸려 가더라도 겁내지 말고 옆에앉아 있으라는 따뜻한 시선을 보낸다.

 

성은주의 그런 따뜻하고 섬세한 시선은 상처와 아픔을 끌어안는 데 주저함이 없다. 폐업한 카페의 비상등을 통해 시인은 사라지는 것들의 흔적을 기억하고, 그 상실 속에서 살다 보면 살아지는 걸까/살다 보면 사라지는 걸까라는 존재론적 질문을 던진다. 칠곡에서 시인은 자신이 겪은 상처를 어둡고서야 드러나는 별처럼, 깨지고서야 더 아름답게 빛나는 스테인드글라스처럼묘사하며, 아픔의 자리가 결코 끝이 아니라 새로운 시작의 도약대가 될 수 있음을 역설한다.

 

시집 코끝의 도시는 차가운 도시의 시선을 넘어, 그 속에 숨겨진 온기와 관계의 가능성을 찾아 나서는 한 시인의 조심스럽지만 단호한 여정이다.독자들이 시집을 다 읽고 나면 우리 주변의 흔한 풍경들이 더 이상 무심하게 보이지 않을 것이다. 상처의 자리에서 새롭게 피어나는 아릿한 삶의 숨결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문어

 

성은주

 

바닥에 가보면 알 수 있다

 

가장 낮은 곳에서

물의 혀가 스친 자리마다

문장이 수초처럼 자란다

 

다시 쓰는 일은 다시 사는 일

 

그는 오늘도 살아보겠다고

먹물을 터뜨려 침묵을 펼친다

 

검게 번지는 세상을 더듬다가

움켜쥐는 대신 감싸며 붙잡는다

 

조약돌, 조개껍데기, 병 조각, 낚싯줄

 

죽지 않고 남겨진 것들은

작은 불빛 흔들고 심해로 가듯

 

그도 바닥으로 가 무늬를 지운다

―『코끝의 도시, 시인의일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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별이 빛나는 밤에

 

성은주

 

운석이 떨어지던 밤, 조영제를 맞고 내 몸 오른쪽 옆구리에 무수히 별이 박혀 있음을 알았다

 

검푸르게 반짝이는 은하를 관측하는 천문가

 

크고 작은 사연을 새긴 별자리가 빼곡하다고

중얼거리는 진단 속에서

찾지 못한 이야기도 많았다

 

알고도 내려놓지 못해 단단해진 마음처럼

흐르지 못하는 별들을

주기적으로

부수기 시작했다

 

 

모래가 될 때까지

 

 

몸의 긴 복도에서 길 잃은 조각은 부모 손을 놓친 아이의 뒤통수처럼 한동안 어지럽게 굴러다녔다 겉돌지 않도록 달래며 고아가 된 성단을 품속에 넣고 다녔다

 

고여 있다가 늙어버린 별들도 있지만

언젠가 우주로 돌려보내고 싶었다

 

몸속 밤하늘을 수놓은 은하 덕분에 나는 나를 더 자주 살피게 됐다 그동안 들여다보지 않던 내 안의 우주를 관측하면서 초신성 폭발을 몇 번이나 막았다

 

몸에서 운석이 떨어질 때마다

별똥별에 소원을 비는 마음으로 살고 있다

―『코끝의 도시, 시인의일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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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끝의 도시

 

성은주

 

창가에 놓인 화분처럼 앉아서 우린 구부러진 골목을 바라봤지요.

 

이삿짐 트럭 옆으로 배달 오토바이 옆으로 가로등이 켜지고

보이지 않는 것들이 보이기 시작해요

 

우리 여기서 살 수 있을까요

 

살아남은 책장 한 모퉁이에 널어놓은 빨래가 다 마를 때까지

거기 누구 없나요

외쳐도

열리지 않는 이웃집 대문이 있어요

 

꾹 눌러놓은 빨래집게 같은 사람들

 

내 것이 아닌데 내 것처럼 보이는 열쇠를 쥐고

고층으로 올라가 구멍 찾는 흉내라도 내야죠

 

한쪽으로 휩쓸려 가더라도 겁내지 말고 옆에 앉아요

―『코끝의 도시, 시인의일요일,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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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기자 2010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시작 활동을 시작한 성은주 시인이 두 번째 시집 『코끝의 도시』를 시인의일요일시집으로 발간했다. 첫 시집 『창』에서 시인은 “현실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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