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시인의 〈어제 읽지 못한 시〉 8 _ 김선태의 「단짝」
단짝 김선태 다사로운 봄날 돌담 길을 늙은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가 꼬옥 팔짱을 끼고 서로 뭐라 뭐라 주고받으며 아장아장 걸어간다 순진무구의 시작과 끝인 저들은 세상에 둘도 없는 단짝이다 『짧다』, 천년의시작, 2022. --------------- 얼마 전에 광화문 한복판에 이 시가 걸렸다는 소문을 들었다. 좋은 시를 알아보는 맑은 눈이 세상에 가득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지난겨울 이 시집을 전해 받고 단숨에 읽으며 밑줄을 그어 놓은 작품이어서, 퀴즈 정답이라도 맞춘 듯 뿌듯한 마음도 들었다. 하지만 이실직고하건대 이 시를 처음 읽었을 때, 언뜻 그림이 그려지지 않아 당황했던 선명한 기억도 있다. 늙은 할아버지와 어린 손자의 팔짱이라니. 어떻게 서로의 키가 맞을까 하는, 의심이 자꾸 기웃거렸다. “꼬옥 손..
포엠포커스
2023. 4. 13. 22:5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