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23 _ 김수환의 「공터가 많아서」
공터가 많아서 김수환 내가 열지 않으면 내내 닫힌 방들처럼아무도 여닫지 않는 녹슨 손잡이처럼자신도 가구가 돼가는 저 늙은 여자처럼 인적이 끊긴 골목 가로등 불빛처럼어쩌지 못해 한 곳만 응시하는 마음처럼등 뒤에 보이지 않는 시선처럼 그 공허처럼 악수하고 돌아서는 손에 남는 외로움처럼사람도 사람에게 한때라는 생각처럼나 역시 그럴 수밖에 없었다는 확인처럼―김수환, 『사람이 간다』, 시인동네, 2024. ------------ 존재의 의미와 본질에 대한 질문은 비어있는 공간과 직결된다. 빈 공간은 존재하지 않는 것, 즉 무(無)를 상징하며 가능성과 관련이 깊다. 예컨대 ‘무’와 ‘가능성’은 시공간의 경계를 넘어서며 역사와 개인의 삶으로 연결되어 미지의 세계를 열고 닫는다. 일반적으로 공터는 개발 계획이 없거나..
시조포커스
2024. 8. 22. 17:47