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제욱 시인 _ 경계인
경계인 김제욱 그날부터 빗금으로 서 있는 사람이다. 외침이다. 지나치는 사람이다. 둘레를 배회하는 사람이다. 소스라치게 놀라 손을 내미는 얼굴이다. 스스로 경계에 갇힌 놀라움으로 벽이 숨통을 죄어오는 공간에 산다. 이곳도 아닌 저곳도 아닌, 어둡고 습습한 시야의 틈에 걸어 들어간다. 찬 공기가 살 에이듯 감은 눈으로 겨울이 오는 소리를 듣는 사람. 바람을 넘어서며 벽에 부딪치는 투명한 겨울 사람. 뜬 눈으로도 들을 수 없는 이름. 떠돌다 죽어버린 바람결 곁에서 결빙된 언어를 녹이는 사람. 그대가 스쳐 간 투명한 자리를 맴돈다. 찬 불빛의 고요함은 너무 아름다워. 나지막이 나에게만 들리는 따스한 온기의 목소리. 폐부 깊숙이 스미는 사이렌의 노래. 그때의 감정은 밀려왔다 밀려가는 것이 아니냐고 텅 비어있는 ..
포토포엠
2023. 11. 3. 15:43