하린 시인의 〈감동과 감탄〉 10 _ 김종해의 「늦저녁의 버스킹」
늦저녁의 버스킹 김종해 나뭇잎 떨어지는 저녁이 와서 내 몸속에 악기(樂器)가 있음을 비로소 깨닫는다 그간 소리 내지 않았던 몇 개의 악기 현악기의 줄을 고르는 동안 길은 더 저물고 등불은 깊어진다 나 오랫동안 먼 길 걸어왔음으로 길은 등 뒤에서 고단한 몸을 눕힌다 삶의 길이 서로 저마다 달라서 네거리는 저 혼자 신호등 불빛을 바꾼다 오늘밤 이곳이면 적당하다 이 거리에 자리를 펴리라 나뭇잎 떨어지고 해지는 저녁 내 몸속의 악기를 모두 꺼내어 연주하리라 어둠 속의 비애여 아픔과 절망의 한 시절이여 나를 위해 내가 부르고 싶은 나의 노래 바람처럼 멀리 띄워 보내리라 사랑과 안식과 희망의 한때 나그네의 한철 시름도 담아보리라 저녁이 와서 길은 빨리 저물어 가는데 그 동안 이생에서 뛰놀았던 생의 환희 내 마음속에..
포엠포커스
2024. 1. 22. 11: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