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토포엠 _ 박선우 시인 _ 킬러
킬러 박선우 조금이다 바다는 수척해지고 킬러는 휘휘 휘파람을 분다 똬리를 틀고 있던 고요가 스르륵 꼬리를 감춘다 킬러는 빠르게 목표물을 실사한다 경직된 구멍에선 예민한 숨소리 가파르다 타이밍을 조절한다 쫓기고 쫓는 숨 가쁜 액션은 10초면 끝이다 숨소리 다치지 않게 사뿐사뿐 깊숙이 부드럽게 흔적을 아는데 10년이 걸렸고 기척을 습득하는데 또 10년이 지났다 심장이 물때를 읽고 등허리는 태양의 기울기를 읽는다 나이는 얼굴과 함께 까맣게 그을렸고 손마디의 군살은 낙지를 잡을 때만 감각이 산다 눈을 감기 전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바다의 광맥을 유언처럼 가리켰다 낙지의 신이 된 킬러 말갈기를 휘날리며 휘파람을 부는 황야의 무법자가 되어 허리엔 고무다라이를 손에는 삽을 들고 바다를 사정권 밖까지 사수한다 탕. 탕...
포토포엠
2023. 8. 7. 02: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