킬러
박선우
조금이다
바다는 수척해지고
킬러는 휘휘 휘파람을 분다
똬리를 틀고 있던 고요가 스르륵 꼬리를 감춘다
킬러는 빠르게 목표물을 실사한다
경직된 구멍에선 예민한 숨소리 가파르다
타이밍을 조절한다
쫓기고 쫓는 숨 가쁜 액션은 10초면 끝이다
숨소리 다치지 않게
사뿐사뿐 깊숙이 부드럽게
흔적을 아는데 10년이 걸렸고
기척을 습득하는데 또 10년이 지났다
심장이 물때를 읽고 등허리는 태양의 기울기를 읽는다
나이는 얼굴과 함께 까맣게 그을렸고
손마디의 군살은 낙지를 잡을 때만 감각이 산다
눈을 감기 전 아버지는 손가락으로 바다의 광맥을 유언처럼 가리켰다
낙지의 신이 된 킬러
말갈기를 휘날리며 휘파람을 부는 황야의 무법자가 되어
허리엔 고무다라이를
손에는 삽을 들고
바다를 사정권 밖까지 사수한다
탕. 탕. 탕
저격당한 노을이 피투성이다
― 제9회 목포문학상 남도작가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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박선우 시인 _ 킬러 - 미디어 시in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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