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포토포엠 _ 박은정 시인 _ 진흙 정원

포토포엠

by 미디어시인 2023. 8. 7. 02:4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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진흙 정원

 

박은정

 

몇 날 며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사람들은 이 집을 방문하지 않는다.

 

여기서 잠을 좀 자고 가도 될까요?

 

집주인은 여자를 모르는 사람처럼 쳐다보다 아무 말 없이 보던 TV를 본다. 그렇게 한동안 화면을 보며 낄낄거리다가 여자에게 말했다. 애가 우는데 거기서 뭐해.

 

아이는 이 세상에 태어난 것이 서럽다는 듯, 힘껏 운다.

 

이 집은 언젠가부터 화분과 장판 밑에 벌레가 우글거리고 악취가 진동하여 방문객이 오지 않는다. 하지만 여자는 갈 곳이 없고 밖은 너무 추우니 집주인에게 허락을 구해야 하고

 

딱 하룻밤만 있을 곳이 필요해요.

 

집주인은 베란다 화단에 물을 주고 창밖을 바라보며 담배를 피운다. 그때 말이야. 대사를 까먹어 무대를 박차고 나간 배우는 여전히 연기를 하고 있을까?

 

혼자 울던 아이가 네 발로 기어 나와 여자를 보며, 더 크게 운다.

 

아이의 손발에는 진흙이 묻어있다. 이 아이의 울음 속으로 들어가면 진흙 정원이 있을 것이다. 지지, 이런 곳에서 놀면 더러워지잖아. 이곳은 우리 집이 아니니까 얼른 나가자.

 

세상 어디에도 우리 집은 없다고 말할 수 없었지만

 

아이의 발자국이 여자의 주위를 돌며 찍힌다. 저 아이의 전부가 그녀에게 슬픔의 전부를 던져준다.

 

거실 소파에서 집주인은 코를 골며 잠이 들었다. 그의 손을 묶고 입속에 진흙을 쑤셔 넣었다. 자신이 죽이던 벌레처럼 사소하고 무의미하게 꿈틀거리는 그를 본다.

 

그때 말이야. 그 배우가 무대를 박차고 나가지 않았다면 계속 행복했을까?

 

정원에 구덩이를 파고 묻었다. 검붉은 나무들이 자라는 계절이 지나면, 아이는 집주인을 잊고 나를 엄마라고 부를지도 모른다.

 

여자는 아이를 안고 나오지 않는 젖을 물렸다. 시간이 지날수록 자라난 나무들이 집 안을 가득 채웠고, 아이를 보듬고 잠이 든 여자의 얼굴은 마지막 잠처럼 평온하다.

 

몇 날 며칠 아이의 울음소리가 들렸지만, 누구도 텅 빈 집에 대해서는 입을 열지 않았다.

 

― ≪시로 여는 세상2021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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