혀
장인수
어릴 적
살곰살곰
송아지 곁으로 다가간 적 있다
엄마소가 다가와
마치 송아지를 핥듯
긴 혓바닥을 쭉 빼서
내 까만 얼굴을 핥아주었다
송아지도 덩달아
내 손등을 핥았다
나는 가만히 혓바닥에게 내 몸을 맡겼다
선생님이 칠판을 닦듯
엄마가 빨래를 하듯
아버지가 마당을 쓸듯
해의 긴 혀가 서산을 핥듯
분홍색이구나
말캉하구나
분홍빛 혀의 숨소리가 거칠구나
입 속의 피부
어깨도 핥는구나
혀를 놀리며 장난하느냐
나를 애무하는 이유가 뭐냐
내 몸에서
맛있는 풀 냄새가 나느냐
― ≪시인세계≫ 2013년 가을호.
장인수 시인 _ 혀 < 포토포엠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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