국지성(局地性)
이범근
며칠 째 흔들리던 앞니가 사라졌다
자고 일어나니 혀가 문득 추웠다
모래 더미에 한 손을 넣고 오래 두드리면
문짝도 없는 헌 집을 얻을 수 있었다
그 집에서 흐느끼면 동네가 다 알 것 같았다
석순(石筍)이 자라는 속도로
앞니가 있던 자리에 혀를 대었다
살아있던 사람들만이 살아남았다
아무도 죽을 생각이 없었다
갈대숲 너머로 던진 돌이
오늘 아침에서야 언 강물에 빠지는 소리가 들렸다
수면과 돌은 서로의 밤을 맞대고 팽팽했다
찬밥을 뭉쳐 맹물에 말아먹었다
밥맛이었다
받아들일 수 없었다
눈물이 아직 몸속을 떠도는 안개였을 때
흐느낌이 아직 어린 소사나무 분재(盆栽)의 흔들림이었을 때
문을 열어둔 채
너는 집을 나갔다
— ≪공정한 시인의 사회≫ 2016년 1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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