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22 _ 이승은의 「자정 무렵」
자정 무렵 이승은 안과 밖의 경계를 왼 종일 지켰다고 담장을 쓸어주는 나뭇잎 그림자들, 달빛도 제 몸을 풀어 골고루 덮어준다 희붐한 달무리 아래 방백 같은 나무의 말, 조붓한 창틈으로 내가 듣고 말았어 수백 년 살아냈지만 같은 날은 없었다고 ― 『분홍입술 흰뿔소라』, 작가, 2024. ------------- 자정子正은 지나온 하루와 새로 시작된 하루가 만나는 경계에 놓여 있다. 수백 년을 살아낸 나무의 방백에 의하면, 수많은 자정을 지나오는 동안 같은 날은 단 하루도 없었다고 한다. 새로 시작되는 하루는 지나온 날과 같지 않다. 이 말은 하루하루를 무의미하게 보내지 말라는 주체의 조언이기도 하다. 어제와 같은 오늘은 없고, 오늘과 같은 내일은 없으니 가치 있게 오늘을 살아야 한다는 것이다. 날이..
시조포커스
2024. 6. 29. 11:36