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7 _ 임성규의 「발치」
발치 임성규 한 개 남은 어금니를 기억의 늪에 던진다. 움푹 팬 잇몸을 혀끝으로 만지고 흰 솜을 오물거리며 침을 삼킨다. 공터 같은 내 사랑 향기마저 사라진 뒤 울어줄 누구도 없다는 것을 알았을 때 내 안에 희고 단단한 수정이 돋는다. ― 임성규, 『나무를 쓰다』, 고요아침, 2019. ------------------------------- 인간의 마음은 대체로 우리가 잘 의식하지 못하는 무의식적 사고를 은유적으로 불러오면서 일관되게 몸의 감각을 깨운다. 몸은 인간이 생각하는 것보다 먼저 반응하는 실질적인 우리의 주인이다. 그러므로 한 편의 시에서 시인이 확인하고자 하는 사랑, 이별, 그리움 따위는 육체화된 기억을 가장 분명하게 증명하는 실체인 것이다. 예를 들어 임성규 시인의 「발치」에서 드러나는 시..
시조포커스
2023. 2. 7. 12:00