차유오 시인 _ 「침투」
침투 차유오 물속에 잠겨 있을 때는 숨만 생각한다 커다란 바위가 된 것처럼 아무것도 하지 않아도 손바닥으로 물이 들어온다 나는 서서히 빠져나가는 물의 모양을 떠올리고 볼 수 없는 사람의 손바닥을 잡게 된다 물결은 아이의 울음처럼 퍼져나간다 내가 가지 못한 곳까지 흘러가면서 하얀 파동은 나를 어디론가 데려가려 하고 나는 떠오르는 기포가 되어 물 위로 올라간다 숨을 버리고 나면 가빠지는 호흡이 생겨난다 무거워진 공기는 온몸에 달라붙다가 흩어져버린다 물속은 울어도 들키지 않는 곳 슬프다는 말을 하지 않아도 모든 걸 지워준다 계속해서 투명해지는 기억들 이곳에는 내가 잠길 수 있을 만큼의 물이 있다 버린 숨이 입안으로 들어오려 한다 ― 2020년 신춘문예 당선작 차유오 시인 _ 「침투」 < 포토포엠 < 기사본문 ..
포토포엠
2023. 1. 28. 22:18