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병호 시인의 〈어제 읽지 못한 시〉 4 _ 김휼의 「은사시나무」
은사시나무 김휼 어느새 지나온 길의 방향을 모두 지워놓았습니다 한 점 그늘의 흔적도 남겨두지 않겠다는 듯이 무거운 짐을 벗어놓은 듯이 차가운 은빛의 계절, 얼음처럼 서 있는 그대여 반짝이는 한때도 가지 끝에서일 뿐 사라지지 않은 그늘이 가슴에 남아 있거든 물어보세요 나뭇잎은 어디를 향하는지 ― 『그곳엔 두 개의 달이 있었다』, 한국문연, 2021. ------------------------------- 무거운 짐과 같았던 잎들이 모두 지고 그것들의 그늘마저 지워졌지만, 여전히 지워지지 않는 가슴 속의 그늘. 누군들 이런 그늘 한 평쯤 없을까. 좀처럼 지울 수 없는 그늘 탓에 그대는 혹은 나는 지금 얼음처럼 서 있는 지도 모르겠다. 시인은 "나뭇잎은 어디를 향하는지"를 물으라 한다. 하지만 나의 그대는 ..
포엠포커스
2022. 12. 9. 11:0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