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제2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에 고양예고 김시원 학생 선정

현장+뉴스

by 미디어시인 2023. 4. 13. 21:0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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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정된 시적 전개와 참신한 상상력

 

수상자 김시원 학생

 

 

하종기 기자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운영위원회(위원장 김순효)는 지난 112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수상자로 고양예술고등학교 3학년 김시원(수상작 스노우 볼3) 학생을 최종 확정했다. 시상식은 김희준 시인의 3주기인 724일 통영RCE 세자트라숲 김희준시비 앞에서 할 예정이고 상금은 200만 원을 수여한다

이 문학상은 한국 현대시를 천부적 직관과 감각으로 구현한 김희준 시인의 문학과 정신을 기리기 위해 제정한 것으로, 전국고등학교 재학생과 해당 연령의 청소년을 대상으로 한다. 김희준(1994~2020) 시인은 통영 출신으로 국립경상대학교 국문과 학부를 졸업한 후 동 대학원에서 공부하던 중 20207월 빗길 교통사고로 요절했다.

2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에는 총 606편의 원고가 응모됐다. 그중 100편을 고른 다음 1차 예심에 들어갔다. 1차 예심 결과 28편의 작품이 추천되었고, 2차 예심에서 다시 15편의 작품이 추천됐다. 선정된 15편의 작품을 3차 심사를 하여 5편의 작품을 본심에 올렸다. 모든 심사는 온라인 무기명으로 했고 작품에는 접수번호만 적힌 상태로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운영위원들과 문단에서 활동하는 시인들이 했다본심에 오른 작품은 낮은음자리표를 그리는 합창단의 여름2, File: 쓸모에 관한 마지막 증명2, 미아의 숲2, 쇼코의 여름2, 우주별 정미소2편이었다.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운영위원장은 우리 심사위원들은 학생들의 간절한 마음을 헤아리면서, 작은 숨까지 들으려고 애썼다. 그만큼 모든 작품이 귀하고 소중했다. 개인이 보내온 3편의 작품이 고른 수준을 갖추고 있는 것을 우선으로 꼽았고, 향후 시인으로서의 무한한 가능성에 중점을 두었다.”라고 심사기준을 설명했다.

심사를 맡은 박완호 시인은 응모작들은 전반적으로 개성 있는 사유와 폭넓은 상상력을 바탕에 깔고 있으면서, 제법 긴 분량의 시를 끝까지 밀고 나가는 서술의 힘을 보여주고 있었다. 다들 상당한 수준의 훈련을 쌓아온 흔적을 유감없이 드러내 주었다. 김희준 시인의 이름을 달아드리기에 모자라지 않은 당선작을 만나게 되어 즐겁다.”고 했다.

 

박은정 시인은 스노우 볼2편은 안정된 시적 전개 속에서도 참신한 상상력이 돋보였다. 특히 스노우 볼은 스노우볼 안의 눈 내리는 공간을 현실적 세계로 비유하여 읽는 이를 눈 내리는 제3의 세계로 데려간다. 3의 세계를 배경으로 소환되는 감각들이 현실적 세계관과 만나 난해하지 않은 언어 속에서 자연스러운 정서로 구현된 점이 매력적으로 읽혔다.”고 했다.

 

서윤후 시인은 우리가 살아가며 지날 수밖에 없는 보통의 불안을 가장 민첩하고 예민하게 다루고 있다는 점에서 스노우 볼2편은 김희준 시인의 시적 정취를 떠올리게 만들었다. 이미 우리에게 머물러 있는 것들을 전복시키고, 새 이름을 지어 불러주며 감정이라는 미세한 주름들을 재편해나가는 언어들이 인상 깊었다.”면서 열려 있는 감각을 총동원하면서도 과장되지 않고 정확하게 맺히려는 태도가 좋았다. 살아가는 동안 우리가 시의 영향권 아래서 서로에게 투명한 악수를 건네며 이어지고 있다는 단순한 믿음을, 또 한 번 믿게 만들어준 수작이었다.”고 말했다.

 

한편, 수상을 한 김시원 학생은 동경하는 시인의 이름을 내세워 좋은 결과를 얻을 수 있다는 일은, 오랜 시간 시를 쓰던 저에게 큰 감동으로 다가왔습니다. 늘 완벽한 시만을 쓰고, 좋은 결과만을 얻을 수는 없지만, 그동안 김희준 시인을 보고 여러 번 다잡았던 마음을 어디에서든 떠올리며 저 역시 누군가가 동경할 수 있는 사람이 되고 싶습니다.”라며 수상소감을 밝혔다.

 

 

 

 

<수상작품>

 

스노우 볼

 

김시원

 

어쩌면 우리는 여기에서 태어났을지도 몰라

같은 겨울밤을 보냈던 지난날들

갇혀 있을수록 더 보고 싶은 것들이 있다

 

글리터가 머리 위로 얌전히 내릴 때마다

또 같이 맞는 오래된 눈송이

 

세상은 겨울처럼 길고 눈보라처럼 몰아치는데

쉬지 않고 섞이는 게 차가운 스노우 볼 같아

 

발목이 잠기게 되면 다시 뒤집히는 건 우리였고

먼저 내린 눈이 빛의 속도로 가라앉고 있었다

 

우리의 몸에 쌓이기 시작하는 눈동자

서로의 하얀 이마를 쓰다듬어 주었고

글썽이는 겨울을 같이 보냈다

 

밖에서는 우리를 볼 수 있다는데

나는 눈을 잃은 사람이 된 것처럼 마주 볼 수 없었다

 

계속해서 뒤집힌 걸 잊어버린 채로

눈이 내릴 때면 서로를 바라보았지

우리의 세상은 영원히 이곳인 줄도 모르고

 

진열대 옆 다른 스노우 볼을 흔들던 붉은 뺨의 아이

나와 닮은 것들은 주고받는 연인들

진열된 우리에게 낯선 사람들이 다가온다

수만 개의 눈동자는 글리터랑 달라서 천천히 내리지 않는다

 

여기에서는 같이 있어도 혼자가 되는 세상이야

우리는 여전히 뒤집히면서 지내

 

녹지 않은 눈을 가진 스노우 볼로부터

가라앉는 것을 우리의 몸으로 믿었을 때

 

사람들은 어지러워하던 나의 얼굴을 알아보지 못하고

계속해서 빠르게 흔들고 있었다

 

2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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쇼코의 여름

 

김시원

 

쇼코는 누군가가 잃어버린 여름에서 태어났다 침대가 아닌 망가진 어항에서 꾸는 꿈 주저앉는 무릎의 흉터처럼 곳곳에 생긴 금은 우리를 더 멍들게 하지 쇼코, 그것은 우리의 탓이 아니야 쇼코는 어항에 연고를 발라 주며 나와 눈을 천천히 마주친다 올라간 입꼬리에는 수많은 우리가 걸쳐져 있는데

 

어제는 오래된 물고기 밥을 나누어 먹었어 상처가 굳어 생긴 딱지 같은 사료는 물을 통해서 퍼지는데, 이쯤 되면 네 상처도 이렇게 스며 들어가고 있었을까 꿈을 꿀 수 있어서 가능한 거겠지

 

금붕어들은 오렌지빛 물감을 바르고 다녔어 쇼코, 우리도 금붕어가 되기 위해 아크릴 물감을 발랐던 적이 있었지 딱딱하게 굳어 버린 물감은 우리의 피부가 되었어 그래도 여전히 웃으며 꼬리를 휘젓기 시작했는데

 

사람들은 우리를 오렌지라 불러 쇼코와 나누어 가진 오렌지는 단단하게 굳지 않을 거야 망가진 어항에서 연고를 바르면 다 나을 거라는 생각도 바보 같지만 바르는 일을 멈추지 않았어 그러니까 햇빛에 살갗이 녹아내리지 않도록 해야 해

 

너는 둥근 비늘을 나에게 뜯어 붙여 주었지 쇼코, 아가미를 가진 기분이 어때 비늘을 붙여 주다가 간지러운지 묻는 모습이 꽤 다정했지 아가미에 손을 넣는다는 상상은 해 본 적이 없는데 말이야

 

이 어항의 틈이 사라지는 날에는 여름을 되찾을 수 있다는 말인 걸까 어항에서 눈을 감을 때면 사람들이 우리 앞으로 밀려왔고 여름을 놓치는 게 전부였지 쇼코, 우리는 더 이상 구경거리가 되지 말아야 해 볼록렌즈를 볼 때처럼 눈이 튀어나온 사람들 우리의 여름이 어항에서부터 다시 달아나지 않도록 서로의 여름에 손을 밀어 넣었지

 

2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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우리는 해파리가 된 몸으로 파랑을 껴안기 바빴지

 

김시원

 

파랑만이 나를 숨 쉬게 해 심해에는 알 수 없는 세상이 나를 막고 있었어 우리는 그 주위만을 헤엄치며 겉돌고 있었지 아쉬워하는 네 모습이 이곳에 남아 있었고 가끔 햇빛에 비치는 윤슬이 우리를 위로했어 혼자가 아닌데 혼자가 돼 있는 윤슬은 언제쯤 우리에게서 벗어날 수 있을까라는 쓸데없는 고민을 하면서 말이야

 

파도에 몰려드는 해파리 떼가 우리를 찾아올 때면 껴안는 연습을 시작했지 내 몸을 다 네게 줄 수 있다면 좋을 텐데 해파리에게 쏘여 몸이 선홍빛으로부터 퍼지고 있었지만 너는 피 하나 흘리지 않으며 나를 보고 웃었어 웃는 얼굴은 언제나 우리를 불쌍하게 만드는 게 틀림없음에도 불구하고

 

심해와 이 세상은 다른 게 없어 깊어질수록 숨이 차오를 수밖에 없지 그렇게 쭈그려 앉을 수밖에 없는 것 그렇게 우리는 무서워하는 게 너무나도 많았지 그래도 세상 탓은 하지 못하고 해파리만을 몸에 가져다 대며 스스로에게 상처를 내고 있었는데

 

있잖아, 그게 사실이라면 우리는 그저 멍청한 물고기들처럼 살고 있는 걸까

너는 나에게 질문을 던지지 그럴 때면 나는 아니, 라고 답하면서도 불안한 유영을 멈출 수 없었어

 

가슴에 물이 차오르는 기분이야 숨이 가빠지고 상처는 점점 보랏빛으로 물들고 있어 심해에 다 도착했나 봐 나는 아직 옅은 물에서 숨을 쉬는 것도 잘하지 못하는데

 

파랑이 무너진다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은 여전히 없었고

 

해파리 떼와 여유로운 척 유영을 이어 나가는 우리 이 헤엄은 영영 잊히지 않을 거야 심해에 갇힌 물고기들이 정말 많지 않니 그러니까 울지 말고 또 헤엄을 치기로 하자 조금 가쁜 숨을 쉬면 어때 우리에게는 우리가 있어

 

2회 김희준청소년문학상 수상작.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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