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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영 시인 _ 책을 반으로 펼치면

포토포엠

by 미디어시인 2022. 10. 20. 18:5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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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반으로 펼치면

 

김영

 

두꺼운 책 한 권을

딱 반으로 펼쳐놓으면

꽤 넓은 들판이 생기고 지평선이 보인다

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는 사이

작은 냇물이 졸졸 흐른다

그 위에 양 떼를 풀어놓아도 좋고

몇 채의 집을 짓고

태어나는 아이들의 이름을 짓듯,

울타리를 세우면 좋겠다

 

울타리의 용도는 옛날에도 망설였고

지금도 망설이는 일이지만

넘어오는 것과 넘어가는 것 중

어느 것을 말리는 일인지는 아직도 모르겠다

딱 반으로 펼친 책장에서는 여차하면

다시 접어버리면 되는 일

그러고 보니 움푹한 구릉지대나

큰 강이 흐르는 곳들은

허공이 딱 반으로 접힌 곳들일 거라는 생각이 든다

반으로 접힌 책

그쯤 읽으면 누가 옳고 누가 그른지

시시비비도 대충 가려질만 하겠다

 

딱 반이라는 곳들은 힘이 세다

양쪽으로 나누어 주고도 남는 힘으로

양쪽을 붙잡아 둘 수 있다

책은 그 힘으로 내용을 지탱하고

등장인물들을 끌고 가고

결말을 끝장에 둘 수 있는 것이다

 

두꺼운 책일수록

더 많은 양쪽을 반으로 갖고 있다

나라는 책, 한쪽이 너무 두꺼워졌다

 

— 《현대시 2022 5월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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책을 반으로 펼치면 김영 두꺼운 책 한 권을딱 반으로 펼쳐놓으면꽤 넓은 들판이 생기고 지평선이 보인다완만한 구릉을 이루고 있는 사이작은 냇물이 졸졸 흐른다그 위에 양 떼를 풀어놓아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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