주시옵고
김영순
아침 밥상 앞에 두고
주옵시고 주옵시고
자신의 생애만큼 기도하는 어머니
지금껏
안 준 거 보니
앞으로도 안 줄 건가 보다
― 『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 시인동네, 2023.
-------
신달자 시인이 쓴 “만년의 양식”(《가히》, 2023, 겨울호)이라는 에세이를 보면 “기도”를 진정한 내 것이라고 표현하고 있어서 기도의 중요성을 인식하게 된다. 내 것이라는 것, 누구도 간섭할 수 없는 온전한 나만의 것, 누구에게도 치우치지 않는 공평하게 부여된 것, 이것이 바로 ‘기도’라고 말하고 있다.
기도(祈禱)는 신과 나와의 의사소통이며 그 대상에게 무엇인가를 간청하는 행위를 말한다. 간절한 이야기들이 나열되며 대상에게 무엇인가를 달라고 비는 형태를 가지고 있기 때문에 어느 곳보다 몸을 낮춰 조아리는 속성을 가지고 있다.
누구의 어머니든 기도는 늘 한 곳을 향하고 있다. 그 내용은 자식에 대한 염려이며, 장소와 시간이 어디가 되었든 가리는 곳이 없다. 오늘도 어머니는 “밥상 앞에”서 “자신의 생애만큼 기도”에 들어간다. 가족들이 둘러앉은 자리에서 두 손을 모은 어머니의 형상이 그림처럼 연상된다. 그 짧은 감사의 시간에도 바람이 많아서 자꾸만 “주시옵고”를 반복하는 모습이다. 남들처럼 멋있는 기도는 아니더라도 어눌한 기도 속에 반복적으로 내어놓는 것은 분명 자식에게 주어지기를 바라는 소망일 것이다. “지금껏/ 안 준 거 보니/ 앞으로도 안 줄 건가 보다”라고 다소 체념적인 표현으로 웃음을 주고 있지만 어머니의 기도는 계속될 것이라는 걸 우리는 안다.
훌륭한 인물이 된 사람들 인터뷰를 들어보면 어머니의 기도로 이루어졌다고 하는 경우가 많다. 보이지 않지만 대상을 향한 간절한 것들은 결국 가 닿을 것이라는 믿음이 어머니가 오늘도 ‘주시옵고’를 반복하는 이유인 것 같다.
표문순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 좋은 시의 숨결이 살아 숨 쉬는 <미디어 시in>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8 _ 김영순의 「주시옵고」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8 _ 김영순의 「주시옵고」 - 미디어 시in
주시옵고 김영순 아침 밥상 앞에 두고주옵시고 주옵시고 자신의 생애만큼 기도하는 어머니 지금껏안 준 거 보니앞으로도 안 줄 건가 보다― 『밥 먹고 더 울기로 했다』, 시인동네, 2023. -------
www.msiin.co.kr
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19 _ 손영희의 「뿔이 무슨 상관이랴」 (0) | 2024.03.15 |
---|---|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18 _ 홍성란의 「내일은 안녕」 (2) | 2024.02.26 |
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18 _ 이명숙의 「그늘의 사회학」 (1) | 2024.02.10 |
김보람 시인의 〈시조시각〉17 _ 정상미의 「페이스메이커」 (1) | 2024.01.28 |
표문순 시인의 〈단시조 산책〉17 _ 정지윤의 「그리움의 안전지대」 (2) | 2024.01.0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