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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집 『점점 사라질수록 우린 완벽해진다』 발간하면서 데뷔한 고희수 시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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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2. 11. 6. 07: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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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연과 사람이 가진 존재론적인 결을 아름답게 형상화한 작품들

 

하종기 기자

 

『점점 사라질수록 우린 완벽해진다』는 고희수의 첫 번째 시화집이다. 고희수는 10년 동안 한지 위에 그린 그림과 시 65편을 접목시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집약시키는 작업을 했다.

그녀는 약력을 다음과 같이 적었다. “시와 그림을 좋아해서/ 영감(靈感)이 찾아올 때마다/ 한지 위에 마음을 그리고/ 시심(詩心)을 따라가는/ 즐거움에 빠져 있다./ 있는 그대로의 자연과/ 따뜻한 사람이 가진 내면의 결을/ 주요 테마로 삼는다.”

자신의 명성을 감추고 작품이 가진 예술성만 드러내는 시인이자 화가인 것이다. 친자연적이고 친인간적인 고희수의 작품세계는 시를 읽고 나면 마음에 정서적 파장이 따뜻하게 찾아오게 만들고, 그림을 보고 나면 미학적인 시선에 번지는 아름다운 문양을 만날 수 있게 만든다.

1부 ‘당신만 빼고 다 운다’에서는 사랑과 이별, 그리움을 모티브로 삼은 시 22편이 담겨져 있다. 사람과 사람 사이에 인연과 이별은 끊임없이 한 자리를 서성이게 하는 자아를 탄생시키게 만드는데, 거기에서 얻어지는 진한 감정을 고희수는 순간적으로 잡아내어 미학적으로 형상화시켰다.

2부 ‘눈동자를 완성하지 못한 밤’에서는 자연과 화자인 ‘나’ 사이에 자리한 의미망을 담아낸 시 21편이 담겨져 있다. 자연을 단순히 해석하는 차원이 아니라 자연물에 서린 화자의 내적 상태를 비유적으로 또는 암시적으로 동일화시켜서 감동적으로 보여주고 있다.

3부 ‘우리는 우리를 스스로 빠져나와야 한다’에서는 불교적 사유와 태도를 담은 시 22편이 담겨져 있다. 작가가 평소에 관심을 두고 있던 불교는 작가 자신에게 타 존재에 대한 경외심과 이해심, 베풀어줌의 의미를 낳게 만들었는데, 시에 나타난 형상도 모두 그런 차원에서 불교 사상을 녹여낸 것들이라서, 읽고 나면 마음속에 모나지 않는 감정들이 따뜻하게 자리함을 느끼게 된다.

고희수는 신춘문예나 신인상 당선이란 등단 제도를 거치지 않고 작품집 발간을 통해 데뷔했다. 등단 제도의 다변화가 조금씩 이루어지고 있는 시단에서 오로지 작품집 발간만으로 실력을 인정받는 사례가 될 것으로 기대된다.

 

 

는개

 

고희수

 

뒤돌아보는 순간

측은함이 온다

우산 끝에서 가랑가랑

떨어지고 있는 눈물

스치는 바람조차 축축하다

억지로 웃던 마지막 표정이 흘러내린다

보내야만 한다, 머얼리

잊어야 한다, 영원히

나에게 남은 것이라고는

‘또 다시’란 말 한 마디

되뇌일수록 늪이 된다

나를 점점 망부석으로 만들고 있다

― 『점점 사라질수록 우린 완벽해진다』(더푸른 출판사, 2022)

 

 

 

별리(別離)

 

고희수

 

운다

무슨 사연이기에 허공이 서럽게 운다

나는 통곡에 흠뻑 젖는다

흐르는 눈물이

다 내게로 와서 미친 듯이 범람한다

날씨도 맑은데 하늘이 운다

내 심장 속 오랜 가뭄이

더더욱 타들어 간다

난 항상 건조한 마음을 당신에서 먼저 들키고 만다

운다

당신만 빼고 다 운다

― 『점점 사라질수록 우린 완벽해진다』(더푸른 출판사, 202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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시화집 『점점 사라질수록 우린 완벽해진다』 발간하면서 데뷔한 고희수 시인 - 미디어 시in

하종기 기자 『점점 사라질수록 우린 완벽해진다』는 고희수의 첫 번째 시화집이다. 고희수는 10년 동안 한지 위에 그린 그림과 시 65편을 접목시켜 자신만의 예술 세계를 집약시키는 작업을 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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