옥천사
손영희
속세에 있음 감옥 갈 일 있다 하더이다 그래 산에 들었소만
이 장삼이 또 감옥이라오
참 곱소
저 여인 좀 보시게
법문이 다
잡소리제
— 손영희, 『세상의 두근거림은 다 어디로 갔을까』, 시인동네, 2024.
“깨닫는 자가 곧 부처다”라는 말을 『부처』( 21세기북스, 2015.)라는 책에서 본 기억 있다. 생각하고 궁리하다(즉, 수행을 하다)가 알게 되는 것이 깨달음이라고 하는데 생각과 궁리를 자세히 들여다보면 결국 모든 것들은 마음 안에 있음을 알게 된다. 불교의 선(禪) 사상이 잘 드러나는 이 시는 화자가 경남 고성에 있는 “옥천사”라는 절에서 경험한 일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다. “참 곱소 저 여인 좀 보시게/ 법문이 다 잡소리제” 라고 하는 종장의 이 두 구절을 통해 부처를 만나게 된다. 수사가 화려하지 않아도 짧게 던지는 한마디에서 드러나는 의미의 진폭이 상당함을 느낄 수 있다.시조가 추구하는 언어의 미의식이 선명하게 드러난다고 할 수 있다.
단시조의 협소함이 복잡미묘한 현대사회의 정서와 시대성을 충분히 담아내는 데에 한계로 지적되어 왔지만 위 시의 형식과 내용은 그러한 한계를 불식시키기에 부족함이 없다. 오히려 현대사회의 복잡한 정서는 어떤 현상들을 낱낱이 말하는 것에 실증을 느낀다. 불필요한 것들을 거둬내고 선명하게 드러나는 한 폭의 문장에서 더 넓고 깊은 세계를 발견하게 된다. 법문이 다 무슨 소리겠는가 저 고운 여인을 통해서 움직인 마음이 바로 부처의 가르침이 아니겠는가.
대상을 바라보는 새로운 시각과 예리한 통찰이 두드러지는 작품이라고 할 수 있으며 늘 깨어있는 시의식이 이끌어냈다고 보여진다.
표문순
2014년 《시조시학》 신인상 등단, 시집 『공복의 구성』, 한국시조시인협회 신인상, 열린시학상, 나혜석문학상, 정음시조문학상 등 수상, 한양대 대학원 박사 과정 졸업(문학박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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