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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20 _ 정경화의 「모래시계 -장사리에서」

시조포커스

by 미디어시인 2024. 4. 8. 11:58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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모래시계

장사리에서

 

정경화

 

잃어버린 기억 속에 신음만 반복하는

파도의 책갈피에 밑줄 쳐 둔 전설인가

의병도 독립군도 아닌, 까까머리 학도병

 

수직도 가를 듯한 숨 멎는 포복 뒤에

쓸려가고 쓸려오며 모래알에 깔린 함성,

피눈물 행군 안부만 빈 바다를 떠다닌다

 

찢어진 교복의 앞섶, 째깍째깍 도는 얼굴

펴지 못한 양날개가 두려움에 퍼덕일 때

앙가슴 뚫고 간 총알, 시간 다시 뒤집는다

 

― 『눈물값, 목언예원, 202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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1950915, 맥아더의 인천상륙잔적이 있던 하루 전날 경북 영덕군 장사리에서는 장사상륙작전이 펼쳐졌다. 인천상륙작전의 성공을 위해 펼친 일종의 기만작전이었다. 1997년 장사리 해변에서 작전 중 사용됐던 문산호와 유해들이 발견되면서 세상에 알려졌는데, 이때 참여했던 병력이 학도의용군들이었다는 점에서 안타까움을 더했다. 육군본부 직할 제1유격대대 722명이 작전에 투입됐는데, 작전에 참여한 병력 대부분이 14세에서 17세의 고등학생 나이였다. 2주 정도의 짧은 훈련을 거치고 현장에 투입되었는데, 하필 당시 태풍이 불었다. 태풍 때문에 문산호가 좌초되면서 많은 인명이 희생당했고 준비한 3일 치의 보급품도 배가 난파당하면서 없어졌기 때문에 아무것도 없는 상태에서 6일 동안 작전을 수행해야 했다.

그러다가 919일 아군인 조치원호가 장사해안에 도착하면서 작전은 끝났고, 사망자는 139, 부상자는 90여 명으로 알려졌지만 실종이 많아 정확한 수치는 알 수가 없다고 한다. 아주 열악한 환경에서 작전이 펼쳐지며 결과적으로 많은 희생자를 내게 되었는데, 이 시는 그런 안타까운 상황을 잘 묘사하고 있다. 제목인 모래시계는 시간을 다시 뒤집는다는 것으로, 역사를 다시 돌이켜 기억해야 한다는 의미를 품고 있다. 시간을 다시 되돌린다는 것은 다시 돌이켜서 처음부터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기를 바라는 마음을 표현한 것이 아닐까? “찢어진 교복의 앞섶을 보이며, “펴지 못한 양날개가 두려움에 퍼덕이던 젊은 학도병들이 동족상잔의 희생양이 되어 버린 슬픔이 행간에 가득하다.

모래시계를 거꾸로 세운다면, 다시는 이런 일이 일어나지 않도록 막을 수 있지 않았을까? 역사에 만약이란 없지만 되돌릴 수만 있다면, 절대 이런 전쟁이 일어나서는 안 되겠다는 생각을 갖게 한다. 더 이상 이런 역사를 살아서는 안 된다는 의미로 주체는 시간을 뒤집어 본다. 우리가 스스로 힘을 키워 우리나라를 지켜야 하는데, 나라가 힘이 없어 이런 비극적인 역사가 반복되는 것이다. 시간을 되돌리면 주변 나라에 휘둘리지 않을 만큼의 강력한 군사력과 경제력을 갖춘 나라를 만들어야 한다. “잃어버린 기억 속에 신음만 반복하는일이 없기를 바라는 안타까운 마음은 나라와 민족을 사랑하는 국민들의 바람일 것이다. (이송희)

 

 

 

 

이송희

2003조선일보신춘문예 시조 부문에 당선했으며 열린시학등에 평론을 쓰며 활동을 시작했다. 시집 환절기의 판화,아포리아 숲,이름의 고고학,이태리 면사무소,수많은 당신들 앞에 또 다른 당신이 되어, 평론집 및 연구서 아달린의 방,눈물로 읽는 사서함,길 위의 문장,경계의 시학,거울과 응시,현대시와 인지시학,유목의 서사등이 있다. 고산문학대상, 가람시조문학상 신인상 등을 수상했다. 전남대학교 국문과에서 박사학위를 받았으며 현재 전남대학교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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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20 _ 정경화의 「모래시계 -장사리에서」 < 시조포커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msiin.co.kr)

 

이송희 시인의 〈時詩각각〉20 _ 정경화의 「모래시계 -장사리에서」 - 미디어 시in

모래시계 ― 장사리에서 정경화 잃어버린 기억 속에 신음만 반복하는파도의 책갈피에 밑줄 쳐 둔 전설인가의병도 독립군도 아닌, 까까머리 학도병 수직도 가를 듯한 숨 멎는 포복 뒤에쓸려가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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