상세 컨텐츠

본문 제목

생의 파노라마가 내뿜는 환상성과 역동성 그리고 내밀함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5. 8. 3. 20:10

본문

이신율리 시인의 첫 시집 호수 빼기 참새가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

 

 

하린 기자

 

2019년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과 2022세계일보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등단한 이신율리 시인이 첫 시집 호수 빼기 참새를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했다.

 

이신율리 시인은 등단 당시 시가 사람살이의 외관과 생태와 속성이 인생론적 깊이를 함축하고있으며, “수없는 사이에서 벌어지는 생의 파노라마가 환상성과 역동성을 함께 거느리면서 그림처럼 사진처럼 다가온 선물이자 이벤트같다는 평가를 받았다.(심사위원: 안도현 시인·유성호 교수) 극찬을 받은 시인은 기대를 저버리지 않기 위해 등단 시 나타난 장점에다 더욱 성숙한 시편을 호수 빼기 참새에서 선보이며 우리 현대시에 새로운 감각과 시적 언어를 불어넣고 있다.

 

호수 빼기 참새는 시인의 예민한 관찰력과 진솔한 삶의 경험이 녹아든 총 58편의 시를 담고 있다. 시집은 4부로 구성되어 있으며, 각각의 부는 시인이 탐구하는 다양한 주제와 내면 세계를 다채로운 시어로 표현하는데, 일상과 자연, 인간 존재의 내밀한 모습까지 폭넓은 영역을 포괄하면서도, 독특한 상징과 언어미로 우리 시에 새로운 방향성을 제시한다.

 

호수 빼기 참새가 감각적으로 읽히도록 추동력으로 자리한 건 자연과 일상에서 비롯된 다채로운 이미지들이다. 시인은 계절의 변화, 꽃과 식물, 동물, 식탁과 도시 풍경에서 비롯된 이미지를 구사하는 동시에, 밀도 높은 상징으로 감정과 사유를 전달한다. 또한 대중문화와 현대인의 생활이 자연스럽게 녹아든 피카츄 사오정와플 좋아하세요와 같은 작품을 통해 친밀감을 형성한다. 이러한 소재 사용은 시인의 감각적인 언어 능력에 의해 독자성을 부여하며 동시대 독자에게 밀착성과 공감대를 갖게 한다.

 

시인은 복잡한 감정선과 다층적 서사에도 능하다. 반어, 은유, 역설 등이 중첩되어 시적 의미를 깊게 구성한다. 그는 표면적인 이미지 너머에 숨겨진 복합적인 감정선을 드러내며, 독자가 시의 층위를 다양하게 해석하도록 열린 공간을 마련한다. 예컨대 외상에 대한 적극적 태도는 현대사회의 경제적 현실과 인간 심리를 절묘하게 연결한다.

이신율리는 첫 시집 호수 빼기 참새에서 다양한 장점을 선보였다. 무더운 여름 독자들에게 좋은 읽을거리로 자리할 것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호수 빼기 참새

 

이신율리

 

호숫가에 그녀는 서점을 냈다

바다 끝에 있는 집처럼 누워 있는 책방

 

감기보다 우울이 자주 왔다

나는 비타민 U가 필요해서

양배추 호수에 자주 갔다

 

주말에도 사람은 별로 오지 않았다

나는 시인이 아니고 비타민이 부족해서

가끔씩 드나드는 얼굴에 주석을 달았다

 

하얀 실 뭉치를 삼킨 자작나무가 잎을 뒤집고 있다

비 맞기 전에 어서와 꽃송이 만 한 비밀 속으로

이것은 시가 아니고 비타민 U가 아니고

 

호수 사용법을 모르는 그녀는

롤러스케이트를 타는 아이처럼 파슬리 향처럼

하나 둘 불이 꺼지는 대화 속으로

어떤 새가 날아오기를

 

커다란 새떼가 날개를 치고

하이든 소나타가 흘러넘치는

호수의 손바닥 위로 우울이 내려앉는다

조명 사이로 별은 볼 수 있으니까 우울아

 

돌멩이 하나 빼내면 산 이름이 바뀌고

호수에 돌을 던지면 바삭

한 말을 앵두처럼 뱉어놓는다

 

센 불에 청어를 굽던 그녀가

호수에 돌을 던지는 아이를 본다

 

가라앉는 호수를 두고 참새가 날아올랐다

―『호수 빼기 참새, 시인의일요일, 2025.

 

-----

 

Green hands

 

이신율리

 

안나는 내 손을 보고 Green hands라고 했다

손끝에서 믿음이 돋아난다고

 

죽어가는 식물을 살린 적 없다

무너지고 다짐하는 것이 믿음인가

분갈이가 필요한 달의 뒷면에 박수라도

우수수 이파리가 쏟아진다

죽음 이후 진화하는

 

뿌리 없이도 죽지 않는 화분을 본다

줄기를 잘라 화분에 의심을 꽂는다

의심은 의심하지 않고 자라서 발을 뻗고

잠이 쏟아지고 잎이 돋는 꿈을 꾸다가

지루해서 얼굴 큰 수국이 피고

 

풀물을 모르면서 안나는 숲을 그린다

이해하지 못하는 표정이 풀물 같다

 

풀을 뜯어 손등에 문질러 보여줬다

힘줄이 돋는 자리에 풀물이 들었다

피가 도는 자리가 새로웠다

 

웃어서 초록인 걸 프랑스어로 어떻게 말할까

 

프랑스에는 연꽃이 없다

모네의 수련이 핀다

 

연밥에 물감을 찍어 연꽃을 그린다

새로운 시도는 수다스럽거나 의심스럽다

식물로부터 위로 대신

위태로운 여름을 오려 내는 것처럼

 

풀물을 모른 체 안나는 프랑스로 갔다

 

나는 쓸쓸해서 풀물을 찾아갔다

연꽃 속에서 안나는 연꽃을 그리고

풀물은 안나의 색이 되고

 

여름비가 오고

무기력했던 손이 쑥쑥 자랐다

 

죽어가는 제라늄 화분을 샀다

죽지 않는 초능력을 골랐다 물 조심하라는 소리를 들었다

손끝에서 가지를 뻗는 믿음으로 나는

풀물 든 손을 주문했다

―『호수 빼기 참새, 시인의일요일, 2025.

 

-----

 

 

각시투구

 

이신율리

 

내 속은 빨강이어서

독으로 향하는 첫 마음 같아서

오후의 궁리는 시작된다

 

독이 자란다면 구름은 알까

삶이 어긋나는 오기처럼 구름이 일까

 

자란다는 건 독을 키우는 일

 

독으로 자라는 잎사귀를 따라 여름이 흘러가거나

축제를 끝내기도 하고 나를 꺼내놓기도 하면서

 

여름이 여름의 둘레를 재는 동안

팔월은 사방을 허물어 쓰러지기도 하는데

 

잘 달인 비밀은 뜨거워야 하니까

아무도 모르는 여름을 훔쳐 활을 당긴다

 

내일에 대해 물으면 자막 없이 한 방향으로

전투적인 화살이 꽂히는 곳

 

오후의 숲이 붉게 부풀어 오른다

 

한 방울씩 떨어지는 암호

혼수상태 치명적인 팔월

 

만져지는 것은 모두 독의 결 같아서

자줏빛으로 투구꽃을 그리고 독하게

폭염이라고 말하는

 

팔월을 힘껏 던지자 얼어붙은 밤이 열렸다*

 

* ‘밤의 열림은 각시투구꽃의 꽃말이다.

―『호수 빼기 참새, 시인의일요일, 2025.

 

 

 

생의 파노라마가 내뿜는 환상성과 역동성 그리고 내밀함 < 신간+ < 뉴스 < 기사본문 - 미디어 시in

 

생의 파노라마가 내뿜는 환상성과 역동성 그리고 내밀함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2019년 오장환신인문학상 수상과 2022년 《세계일보》 신춘문예 당선을 통해 등단한 이신율리 시인이 첫 시집 『호수 빼기 참새』를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했다. 이신율리 시인은 등단

www.msiin.co.kr

 

관련글 더보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