
하린 기자
제44회 중앙시조대상 수상작으로 이송희 시인의 〈혀의 세계〉가 선정됐다. 중앙시조대상은 국내 시조 문학상 가운데 최고 권위로 평가되며, 등단 15년 이상, 시조집 출간, 연간 5편 이상 발표 등 엄격한 기준을 충족한 시인을 대상으로 한다. 심사위원단은 “현대인의 단절과 소외를 ‘혀’라는 구체적이고 생생한 비유로 형상화해 현대시조가 갖춰야 할 미학성을 잘 보여주었다”고 평하며 수상작의 예술적 완성도를 높게 평가했다.
이송희 시인은 2003년 조선일보 신춘문예로 등단해 20여 년간 꾸준히 작품 활동을 이어왔으며, 《열린시학》 등에 평론을 쓰며 문단 활동의 폭을 넓혀왔다. 그는 중앙일보와의 인터뷰에서 “문학상을 받는다는 건 나라는 존재가 언어로 평가받는 일”이라며 “나와 내 작품을 인정해 주는 사람들이 있다는 생각에 조금은 마음이 놓인다. 상을 주신 데 대한 크고 작은 책임을 느끼겠다.”고 말했다. 또한 오랜 시간 시조 형식의 가능성을 탐색해 온 그는 “비유와 상징을 정형 속에 넣는 기쁨이 어느덧 시조가 되는 순간이 신기했다.”고 말하며, “흔들리더라도 여전히 참신한 시인으로 남고 싶다.”고 밝혔다.
수상작 〈혀의 세계〉는 말하고 싶지만 말할 수 없었던 순간들, 삼켜버린 말들이 내면에서 어떻게 부풀고 상처가 되는지를 그린 작품이다. 작품 속 이미지들은 말의 치유와 상처, 그 양면을 드러내며 언어가 지닌 힘을 직시하게 한다. 시인은 “말과 글을 다루는 사람에게 상은 명예보다 스스로의 내면을 다시 들여다보라는 요청”이라며 “교육자로서, 또 작가로서 언어가 지나가는 곳마다 누군가의 마음이 흔들리고 변화한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밝혔다. 또한 “앞으로는 더 포용하는 언어, 더 조심스럽고 따뜻한 언어를 선택하겠다. 말 한마디가 사람을 묶을 수도 풀 수도 있다는 사실을 잊지 않겠다”고 전하며 언어에 대한 윤리적 책임을 강조했다.
심사위원들은 이번 수상작이 현대시조의 자기 갱신 과정에서 나온 성과임을 높이 평가했다. “생생한 비유와 정제된 언어가 현대인의 감정과 현실을 예리하게 포착했다”는 심사평은 작품이 가진 미학적 성취를 잘 보여준다. 이번 수상을 통해 이 시인은 “언어를 다루는 삶은 결국 누군가를 품는 일이어야 한다”는 마음을 다시 확인했다고 밝혔다.
시상식은 2025년 12월 15일 오후 5시 서울 상암동 중앙일보 사옥에서 진행될 예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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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수상작>
혀의 세계
이송희
바람을 삼키며 건널목을 지났어요
찢긴 혀가 나뭇잎처럼 나뒹구는 길모퉁이
뜨겁게 달아오른 입이
벌레처럼 모여들었죠
빈말을 머금은,
바늘 돋친 혓바닥 위로
표정을 바꿔가면서 떠오른 해의 무늬가
붉은 눈 반짝거리며
하염없이 따라왔어요
숨을 참고 속엣말을 깊숙이 넣어 둔 채
길고 짧은 실마리를 힘껏 끌어당길 때
입 안에 숨겨 둔 혀가
크게 부어올랐어요
―《가히》 2025년 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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본지 연재 작가 이송희 시인 〈혀의 세계〉로 제44회 중앙시조대상 수상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제44회 중앙시조대상 수상작으로 이송희 시인의 〈혀의 세계〉가 선정됐다. 중앙시조대상은 국내 시조 문학상 가운데 최고 권위로 평가되며, 등단 15년 이상, 시조집 출간, 연간 5편 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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