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슬픔을 마주 보는 섬세한 태도와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위무적 시 쓰기

신간+뉴스

by 미디어시인 2026. 2. 4. 15:1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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함진원의 네 번째 시집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 문학들시선으로 발간

 

 

하린 기자

 

1995<무등일보>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시집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낸바 있는 함진원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을 문학들시선으로 발간했다.

 

세 번째 시집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에서 끊임없는 욕망과 탐욕에 허우적거리는 도시인들의 삶을 직시하고, 공동체적 삶을 소망하면서, 그 대안으로 두레밥 문화 같은 따뜻한 사유와 이미지를 제시했는데, 네 번째 시집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에선 후회와 허무, 그리움의 시간을 지나온 화자가 스스로를 위무하며 희망의 불씨를 지피는 과정을 잔잔하게 들려준다.

 

함진원 시인의 신간 시집 발간을 기념하여 <미디어 시in>에서는 미니 인터뷰를 신청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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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발간을 축하 드립니다. 네 번째 시집을 발간한 소감을 말씀해 주세요.

 

답변: 올해 등단 30주년입니다. 그동안 발표한 시 이십 편과 새로 쓴 시 사십 편을 모아서 네 번째 시집을 내게 되었습니다. 광주광역시, 광주문화재단의 지역문화예술특성화지원사업으로 지원받아 발간되었습니다. 기존에 발표한 시로만 시집을 낼 수 있지만, 독자들에게 신선함을 건네주기 위해 신작시를 읽는 즐거움을 덧붙였습니다. 기존의 제 시가 가지고 있는 역사의식과 삶 속에서 만난 이야기를 새로운 형식으로 치환해 이번 네 번째 시집에 수록했습니다. 묶어놓고 보니 의미 있는 작업인 것 같아 기뻤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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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본 기자가 파악한 것 말고 세 번째 시집과 네 번째 시집의 변화 양상이 있나요? 아니면 지속적인 어떤 흐름을 가지고 있나요?

 

답변: 세 번째 시집에서 크게 벗어 나지 않았지만, 네 번째 시집은 첫 번째로 수록한 시 손을 잡아요에 나타난 메시지를 담아내고 있습니다. 길지 않으니까 간단이 읽어드릴 게요. “혼자 된 혼자가 된 혼자 있을/ 그대는 용기가 있는 사람이었지요/ 이제나 저제나 기다리고 있을/ 바람 불고 비가 내려도 어느 때나/ 곁에서 말없이 준비해 놓은 걸/ 너무 늦게 알았어요/ 후회가 산을 넘고 들을 지나 새털구름으로 가버린 젊은 날/ 그리움으로 다가오는 십이월 찻물 끓이는 소리 좋은 요즘/ 그대 한 모금 나도 한 모금/ 차가 있고 나무 그늘과 모란 피는 날 기다리며/ 겨울을 보내요 그리고/ 서로 손을 잡아요” “혼자 된 혼자가 될 수 있는 상황은 궁극적으로 우리 인간의 본질적인 모습을 상정합니다. ‘지금 혼자가 된사람이나 앞으로 혼자 있을존재들을 향한 따스한 손 내밀기가 오늘을 사는 현대인들에게 건네는 위로의 말이지요. 또한 낮은 곳 어두운 곳에 유폐된 작은 자들을 위한 다독임이기도 합니다. 이번 시집은 개인적 내면과 사회적 현실을 동시에 응시하며 슬픔과 고통 속에서 두 삶의 의미와 희망을 탐색하였습니다. 일상의 소소한 순간과 자연의 순리를 따라 인간관계와 가족, 사회와의 연결을 섬세하게 그려 보았습니다. 홍매화와 사과꽃이 피는 계절을 기다리는 마음처럼, 삶은 슬프고 힘들지만 희망을 기다리는 마음이 시가 되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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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을 1234부로 구성했는데 어떤 의도가 깔려 있나요?

 

답변: 시집을 4부로 구성한 의도는 몇 가지 이유가 있습니다. ‘1: 인간에 대한 성찰과 일상’ ‘2: 사회 문제인 슬픔과 고통을 희망으로 연대하는 길 찾기’ ‘3: 세상을 바라보는 따뜻한 내면과 자연의 회귀’ ‘4: 슬픔을 이겨 내고 삶은 희망이며 노래라고 말하고 싶네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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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집 속에서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이나 특별한 사연이 있는 작품이 있으면 소개해 주세요.

 

답변: 특별한 사연이 있는 시는 저녁은 먹고 가요입니다. 요즘 가족들도 집에서 식사를 하고 나눔을 갖는 시간이 많이 없습니다. 집에서 소찬을 만들어서 먹을 때 안부를 묻지 못하고 만나지 못하면서 수국꽃 환하게 핀 것을 보고 따순 저녁을 대접하면 좋겠다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시는 마음에 오래 남아 있는 풍경이 따뜻한 시가 되어 위안을 주기도 합니다. 가장 애착이 가는 작품은 시 누구신지요입니다. 251231일 송구영신 예배드리기 전 여는 시로 누구신지요를 읽었습니다. 우환이 찾아와 오랜 시간 간병과 휴식 없이 병원 생활을 보내면서 틈틈이 시 쓰는 일은 제게 위로와 견딤을 주었지요. 자연스럽게 누구신지요 시가 써졌습니다. 부분만 읽어 보겠습니다. “너무 오래 머물렀습니다/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이 있어서/ 다행인 요즘/ 섬기는 일도, 사랑할 일도/ 잠깐, 쉬었다 가는 길/ 혼자면 어떻습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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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선생님은 광주에서 오랫동안 거주하면서 창작을 하고 자신만의 시 세계를 구축해 왔습니다. 본인이 생각하기에 광주라는 특정한 공간이 문학 활동과 작업을 하는데 주는 긍정적인 면과 아쉬운 점이 있을 것 같습니다. 그 부분에 대해 말씀해 주세요.

 

답변: 함평이 고향인데 광주에서 사는 시간이 50년이 훌쩍 넘었습니다. 몇 번 큰 도시로 갈 수 있는 기회가 있을 때마다 광주를 떠날 수가 없었지요. 5.18 민주항쟁을 겪고 지금까지 가슴 아픈 그때 상황을 한 번도 잊을 수 없었습니다. 무등산과 증심사, 동적골, 충장로 거리를 자주 찾으면서 따뜻한 위안을 받고 시의 모티브가 되었습니다. 광주에서 오래 살다 보니 웬만한 곳은 다 찾아갈 수 있어서 좋습니다. 광주 주변으로는 하루 여행을 갔다 올 수 있는 풍경들이 있어 자주 찾고 있지요. 아쉬운 점이 있다면 먼 거리 여행과 전시와 문화와 관계된 것을 쉽게 접하지 못해 아쉽기는 합니다. 문학 활동을 넓게 할 수 없지만 결국 고독한 시간을 통해 내면이 탄탄한 문장을 만날 수 있어서 좋습니다. 광주는 복잡하지 않고 어디를 가도 정이 많고, 맛있는 음식도 많아 풍성합니다. 특히 아시아 문화 전당이 있어 편리하게 이용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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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이 시집을 통해 독자분들에게 전하고 싶은 특별한 주제나 주제 의식이 있나요?

 

답변: 이번 네 번째 시집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을 통해서 개인적 내면과 사회적 현실을 동시에 응시했습니다. 슬픔과 고통 속에서도 삶의 의미와 희망을 노래했지요. 후회와 그리움을 이겨 내고, 일상의 소소한 이야기와 자연의 순리를 따르며 홍매화 피고, 곧 사과꽃 소식을 독자와 함께 기다리고 싶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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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시를 쓰는 일 말고 평소에 관심을 가지고 있는 분야나 취미 활동이 있나요?

 

답변: 작은 도서관을 35년 운영하면서 책을 통해 마음 치료와 독서 상담을 즐겁게 했습니다. 코로나로 대면을 못하면서 잠깐 쉬고 있는데 다시 계획 중에 있습니다. 책이 사는 집을 만들고 싶기도 합니다. 분야별로 여러 나라에 있는 책방을 방문하여 책을 구입해서 자라나는 후학들에게 읽히고 싶은 오랜 꿈이 있습니다. 책방을 한적한 곳에 열어 따순 차와 새소리를 들려 주는 꿈도 있지요. 오며 가며 지친 순한 사람들과 함께 손을 잡고 책 여행을 떠나고 싶은 소박한 꿈입니다. 제가 좋아하는 취미는 세필로 시와 축시를 쓰는 일을 좋아합니다. 손목과 어깨가 아프면서 축시를 몇 년 만에 써서 드린 적이 있어요. 그분의 생각과 세계를 시로 표현하는 일이 쉽지는 않습니다. 세필로 쓰는 일은 정말 힘든 일입니다. 글자 하나만 틀려도 다시 써야 해서 긴장을 하고 정신을 집중해야만 되는 일입니다. 시를 받은 분이 우리나라 명장 1호 이시고 교수님이 되셔서 인품이 훌륭한 분이십니다. 표구를 해서 걸어 놓고 아침마다 축시를 읽는다는 말을 듣고 유명한 서예가도 아닌데 제가 감동을 받았던 일이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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질문: 지금까지 인터뷰에 응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마지막 질문을 드리겠습니다. 앞으로의 계획과 시집으로 읽게 될 독자분들께 인사 말씀 부탁드립니다.

 

답변: 저는 계획을 세우면 잘 안될 때가 많습니다. 지금까지 살았던 모습으로 차분히 지내면서 시간이 주어지는 대로 구입하고 읽지 못한 책 중심으로 올해는 읽는 일에 시간을 집중하고 싶어요. 독자분들이 제 시를 읽어 주셔서 고맙다는 인사를 따숩게 드립니다. 시를 쓰면서 몸살을 앓기도 하지만 좋은 시를 쓴 날은 기쁨이 넘치기도 합니다. 제 시간이 다 하는 날까지 행복한 시를 만나고, 힘이 되는 시를 오래도록 쓰고 싶습니다. 감사합니다. 그리고 많이 고맙습니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부드러운 고드름

 

함진원

 

남태령 고개를 넘고 넘는다

눈 내리면 눈 맞으면서 바람 불면 바람 먹고

트랙터 앞세워 요단강 건널 각오로 나아간다

야반도주한 무성한 말들이

돌아갈 길을 잃어버린 십이월 삼일 밤

 

한 걸음도 한 발짝도 물러서지 않는다

눈 맞는 그대들이 부처요 하나님이다

안중근 의사가 앉아서 울고 있다

관순 언니 나눠진 독립을 붙들고

우리는 마음을 다하고 기다리리라

푸른 희망만 있으면 눈사람이 되어도 좋다

 

조금만 더 힘을 내자 차디찬 바닥에서

고드름이 돼도 우리의 소원은 민주주의!

인도양 대서양 가자지구까지 들리도록

엄마 잃은 아가야 엄마 손잡고

고향으로 가지 못한 우리도

사는 것이 사는 게 아니란다 피맺힌 울음소리

다시 보내고 지리산 악양 들판

섬진강 얼음물로 허기 채워도

가슴에 숨긴 태극기, 죽으면 죽으리다

 

오늘 이 땅에 전봉준을 모르는가

무엇이 겁나랴, 합심하면 우리는 해낼 수 있어

우리는 하나, 썩은 동아줄을 잘라야 할 때

피 묻은 민주주의 찾기 위해

우리는 하나로 새 희망으로 횃불을 들었다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 문학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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순한 손

 

함진원

 

내려갈 버스를 기다리면서

두고 온 핏줄 생각하니 눈이 뜨거워진다

함박 함박 눈은 내려

시끄러운 세상을 덮어버린 어둑한 밤

우리는 어디서 왔다 어디로 가는가

눈은 마냥 퍼붓고 썰렁한 대합실에

소리 없는 뉴스만 보고 있다

무인 기계 앞에서

냉냉한 찬 기운 옷 속으로 파고들어

내일이면 새해 첫날

가지 말라고 내 손을 잡아당기는 순한 손

안 떨어지는 발을 달래면서

곧 오겠다고 돌아보면서

창가에 앉아 핏줄을 떠올려 보는

십이월 마지막 날 내일은 새해

희망은 보이지 않는데 다시 희망은 온다

적어 보는 겨울밤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 문학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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사는 일 힘들면 어디엔들 못 가랴

 

함진원

 

세상과 섞이지 못한 날

몇 잎의 서러운 이야기를 보듬고 길을 나선다

강물이 불러 주는 대로 일정을 적고

마음 상한 일 덜어내며

미루나무도 목젖 보이게 웃는 따스한 그곳

이번 생은 아무리 골똘히 생각해도

잘못 든 길에서 허우적거리다 지친

얼룩진 상처 누군들 없겠는가

풍경은 또 다른 풍경으로 평온을 주고

어제는 실천이 부족했으며

오늘은 먹먹한 소식 넘치는데

하늘은 높고 어린 모 다릿심 짱짱하게

오월의 비망록을 받들고 있다

비바람 들이치는 날

메타세쿼이아 푸른 말 따라가면 외따로이

절명시 남기고 요절한 곧은 절개 앞에서

진실은 예나 지금이나 변함없다는 것을

느린 밤기차는 능주 지나 몽탄으로 더 먼 곳까지

우리들의 연대기는 새롭지 못하였고

지리멸렬함으로 남아 지혜는 부족한 시절

사는 일 힘들면 어디엔들 못 가랴

―『가만히 불러 보는 이름, 문학들, 2025.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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하린 기자 1995년 신춘문예에 당선된 후 시집 『인적 드문 숲길은 시작되었네』, 『푸성귀 한 잎 집으로 가고 있다』, 『눈 맑은 낙타를 만났다』를 펴낸바 있는 함진원 시인이 네 번째 시집 『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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