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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화법과 유연한 사고, 깊이 있는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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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미디어시인 2026. 2. 4. 15: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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부영우 시인의 첫 번째 시집 양재,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

 

 

 

하린 기자

 

2024년 웹진 Nim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부영우 시인이 첫 번째 시집 양재를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했다. 2009경향신문신춘문예 대중문화평론 부문에 당선된 이력이 있는 부영우 시인은 산문 분야와 운문 분야에서 동시에 활동을 하다가, 첫 시집을 통해 개성적이고 진솔한 시적 발화를 선보인다.

 

양재는 일상 속에서 마주하는 균열과 모순, 그리고 그 안에서 피어나는 사랑과 희망의 본질을 섬세한 언어로 포착한다. 시인은 우리가 흔히 지나치는 삶의 장면들을 통해 존재의 의미를 깊이 있게 탐구하며, 독자들에게 익숙하지만 낯선 사유의 공간을 선사한다.

 

시집은 1때문에부터 4까지 총 4부로 구성되어 있다. 각 부는 시인의 내면과 외부 세계 간의 끊임없는 교감을 담아낸다. 부영우는 굽은 못의 시간에서부터 한강을 건너요, 가까이 가면 울음을 멈추는등 다양한 시편들을 통해 삶의 부조리함과 인간 본연의 외로움을 솔직하게 드러낸다.

 

익숙한 공간과 사물을 끌어와 철학적 질문을 던지는 특징도 눈에 뜨인다. 예를 들어, 나의 창고에서는 버려도 버려지지 않는 것들로 가득 찬 내면의 공간을 묘사하며 기억과 망각의 의미를 되묻는다. 또한, 빈 수레 끌고 구멍 채우러 가네에서는 현대인의 삶에서 느껴지는 공허함과 채워지지 않는 욕망을 형상화한다. 부영우 시인은 이러한 일상적인 소재들을 통해 보편적인 인간의 번민을 그려내면서도, 이른 오후의 감사처럼 작은 것에서 감사함을 발견하는 긍정적인 시선을 잃지 않는다.

 

이번 시집의 가장 큰 차별점은 독특한 시적 화법과 유연한 사고에 있다. 시인은 빨리 걷는 것보다 천천히 뛰는 것이 빠르다는 역설적인 문장을 통해 삶의 속도와 방향성에 대한 사유를 유도한다. 우리의 여행이 바다에서 끝난다면이라는 시에선 삶의 마지막 순간에 대한 성찰을 담아낸다. 이러한 시적 특징은 독자들에게 새로운 감각적 경험을 제공하며, 시집의 메시지를 더욱 깊이 각인시킨다.

 

독자들은 자연스럽게 이번 시집을 통해 스스로의 내면을 들여다보고, 삶의 의미를 되짚어 볼 기회를 얻을 것이다. 그리고 감각적인 언술을 통해 낯선 개성과 솔직한 직관을 만나게 될 것이다.

 

 

 

 

<시집 속 시 맛보기>

 

면책

 

부영우

 

초등학교 담장 철망에 핀 노랑꽃을 구경했어요

어떤 마음으로 제 몸을 열어야 꽃이 되는지 염탐하다가

순찰하는 경찰 아저씨에게 불심검문 받았어요

사내놈이 꽃 봤다고 고백하기가 부끄러워서

하필이면 왜 나냐고 도리어 성을 내고 말았죠

이래 봬도 나는 편의점에서 알바했을 때

백칠십 원인가 멤버십 포인트 횡령한 거랑

폐쇄 병동 두어 달 들어가 논 거 빼고

생애에 빨간 금 하나 없는 수수한 놈이거든요

물론 그런 생각 단 한 번 안 한 건 아니에요

낮에만 사랑했던 애인 남편 죽었으면, 생각한 적 있고

파파 죽으면 유산이 얼마일까 계산한 적 있고

세상 싹 다 망하기를 바란 적 있어요 그래도

오늘만큼은 꽃을 보려는 마음으로 노랑꽃을 본 거예요

꽃을 보려는 마음인 걸 공표도 하지 않고

추리닝 바람으로 꽃을 본 게 죄라면 죄겠지요

그걸 알고 벌이 먼저 온 거예요

귀여운 걸 염탐하는 건 오래된 취미고요

술 취한 파파가 창유리를 짓이기는 밤이면

슬레이트 지붕에 올라 아파트를 관찰했지요

둘이서 사랑하는 장면은 대관절 없고 혼자서

자기를 만지고 혼자 팬티를 빠는 사람만 수두룩

세상은 그토록 자기를 사랑하는 곳이던데

지붕 아래 저 바보는 무슨 죄가 그리 많아서

밤만 되면 핏대 세워 자기를 벌주는지

꽃을 보려는 마음으로 생각한 적 있어요

아무리 생각하여도, 나를 낳은 원죄 빼고 몽땅 무죄!

먼저 온 벌을 파파가 벌써 다 받았으니

지어야 할 죄는 내가 아껴서 저지를 거예요

그러니 경찰 아저씨, 다음에 꽃을 보러 나올 때는

최대한 멋진 옷을 입고 작정으로 꽃을 보고 있을 테니

보아도 모른 척해 주세요, 이미 나는 면책되었으니까

―『양재, 시인의일요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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나는 누나를 생각하며 양재에 가는데 누나는 나를 생각하면 철학이 떠오른다니

 

부영우

 

제주를 제외하고 전국에 분포한다는

어떤 꽃의 분포 범위를 보고 주춤했어요

어떤 것이 모든 곳에 존재할 수 없다는 건 무릇 그러한데

하필이면 누나의 결혼식에 나만 빠졌던 걸 떠올린 거지요

제주가 나와 동의어였던 그 시절에

누나와 밤에 걸었던 양재에 가는 중이에요

누나와의 일들을 생각하며 한참을 걷다가

다리도 아프고 해서 발가락을 오므리는데

아프면 오므리고 마는 습관에 불쑥 화가 났어요

얼마 전 몇 년 만에 누나가 전화해서

철학에 관해 물은 게 생각났어요

나는 누나를 생각하며 양재에 가는데

누나는 나를 생각하면 철학이 떠오른다니

내가 그렇게도 영양 없는 놈이었나 생각할수록 분통이 터졌죠

비도 아니고 산울림도 아니고 왜 나의 동의어가 철학이에요?

누나만큼 사랑하지 않았다고 미워하는 건 괜찮은데

그때가 영양이 없었다고 생각하면 서글퍼요

돌이라도 툭툭 차다가 개똥도 한 번 차고

자전거 탄 딸아이 쫓아가는 내 또래 남자 보며

우리도 늙는구나 하다 보니 양재천 다리였어요

거기서 또 주춤했고요 칸트가 앉은 벤치에

나란히 앉아 훔쳐보니 책 보는 척

딴생각하는 게 나를 닮은 것도 같았어요

산책왕 칸트가 평생 그러했던 것처럼

잉어가 수면 위 날벌레를 보며 뻐끔거리는 것도 보고

쌍둥이 유모차를 끌고 가는 얼굴 닮은 부부와

버드나무 끝을 함께 가리키는 노부부를 보고 있으니

어쩐지 누나의 일상도 행복할 것 같더라고요, 맞지요?

―『양재, 시인의일요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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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려고 담을 걸어요

 

부영우

 

고양이는 나의 적이에요

담 위를 걷는 건 오래된 취미인데

고양이의 취미도 나와 같아서

담 위에서 마주치면 피할 수가 없어요

위험한 건 담 너머가 아니고

경계에 같이 있는 것들이에요

 

경계 설 때 무서운 건 선임이 아니고요

잘 하지도 못하는 사랑에 대해 캐묻거나

노래를 시키거나 부려먹거나 놀려먹는 건 괜찮은데

나의 담은 부수려 하지 마세요

 

당신이 어느 정도 나쁜 건 나도 알아요

내가 어느 만큼 나쁠지도 알 것 같아서

더 이상 나빠지지 않으려고 담을 걷고 있는 거예요

이쪽이든 저쪽이든 더 이상 미워하지 않으려고

미워하다가 괴물이 되지 않으려고

애쓰고 있는 거예요

 

그러니 고양아, 나를 할퀴지 마세요

 

고양이는 담에 엎드려 먼 곳을

바라보는 것만으로 우아하기 그지없죠

 

그럴 땐 애쓰는 걸 그만두고 옆에 걸터앉아요

고양이가 보는 곳을 그저 바라보다가

너무 멀리 바라보다가 담에서 떨어져서

우리가 괴물인 걸 알아도 괜찮아요

나빠지지 않으려고 애썼잖아요

애쓴 만큼 믿어요 아마 우린

아주 나쁜 괴물은 아닐 거예요

―『양재, 시인의일요일, 2026.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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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특한 화법과 유연한 사고, 깊이 있는 시선 - 미디어 시in

하린 기자 2024년 웹진 《님Nim》 신인문학상으로 등단한 부영우 시인이 첫 번째 시집 『양재』를 시인의일요일에서 출간했다. 2009년 《경향신문》 신춘문예 대중문화평론 부문에 당선된 이력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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