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강재남 시인 _ 포토포엠

포토포엠

by 미디어시인 2023. 2. 25. 07:40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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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강재남

 

<자기야>로 들었어요 수줍게 몸이 열렸지요

<> 대답을 하니 초경혈 마냥 비리고 아릿한 웃음이 피더군요

그것은 내 처음과 끝의 은신처 초경혈이 지니는 무심한 비의

 

 

그러니까 작약, 나의 죽음을 흥미롭게 받아들여도 좋았을 일이다 의식이 몸을 빠져나가는 것은 햇볕 잘 드는 이층에서 굳게 다문 네 꽃잎을 뜯어 먹는 일처럼 서정적이었으므로 그리고 햇볕이 빠르게 지나는 창문 아래로 네 그림자가 기울어지는 광경을 목도한 것처럼 간결하였으므로 그런데도 작약, 내 몸은 여전히 차다 알타이산맥을 가로지르는 야생의 순록처럼 4천 년 전 이유 없이 멸종한 매머드의 화석처럼 웃음기 거둔 낮달은 누구의 얼굴일까 초경혈 번진 달의 표면에 표정을 그리는 건 껍데기를 걸친 나의 다른 모습 네가 필 때 너의 웃음에서 태어난 나는 나의 자기인 것 그러므로 작약, 나는 매번 나로부터 번역되고 나를 거역할 수밖에 없는 운명을 가졌던 거다 네가 나로 들리는 내 귀는 감각적이고 관능적이어서 반역이다 네 꽃잎을 뜯어 먹은 손가락과 입술과 도발적인 혀를 잘라줘

 

― ≪시산문2015년 여름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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작약 강재남 로 들었어요 수줍게 몸이 열렸지요 대답을 하니 초경혈 마냥 비리고 아릿한 웃음이 피더군요그것은 내 처음과 끝의 은신처 초경혈이 지니는 무심한 비의 그러니까 작약, 나의 죽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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